[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정부가 일부 당뇨치료제의 보험급여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8000억원 규모 관련 시장의 판도에도 변화가 일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업체들도 대응방안 모색에 분주한 모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SGLT-2억제제 계열 당뇨치료제의 보험급여 확대를 논의 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대한당뇨병학회에 해당 내용에 대한 재정영향평가를 요청했다. 급여 확대 시에 건강보험 재정 소요와 영향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당뇨치료제는 크게 메트포르민, DPP-4억제제, 치아졸리딘(TZD), 설포닐우레아(SU), SGLT-2억제제 등 계열로 나뉜다. 시장 규모는 DPP-4 시장이 약 4000억원으로 가장 크다. 메트포르민이 약 800억원, 설포닐우레아가 약 650억원 등이다. 가장 늦게 출시된 SGLT-2가 약 300억원에 달한다.
의료진은 환자의 혈당 조절이 충분하지 않으면 다른 계열 치료제로 변경하거나 여러 약물을 병용 사용한다. 하지만 가장 많이 사용되는 DPP-4와 차세대 당뇨치료제로 꼽히는 SGLT-2를 병용처방하면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둘 중 1개 제품의 약제비를 100%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DPP-4(대표품목 자누비아 기준)는 약 10만원을 내면 1년 동안 급여로 처방받을 수 있다. 하지만 SGLT-2까지 동시 사용하면 1년치 약제비 약 28만원(포시가 기준)을 비급여로 내야 한다.
의료계에선 환자 약물 선택권 확대를 위해 SGLT-2의 급여 확대를 요구해왔다. 심평원은 SGLT-2와 DPP-4 병용처방도 급여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대신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SGLT-2와 DPP-4의 약가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환자 치료 옵션을 늘리는 대신 전체적으로 제품 약가를 내려 재정 출혈을 최소하겠다는 것이다.
당뇨병학회 관계자는 "SGLT-2 급여 확대는 전문가 회의를 통해 확정이 됐다"며 "학회 의견뿐만 아니라 제약사들과 약가인하에 대한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고시로 확정되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 DPP-4는 자누비아(사명: MSD), 가브스(노바티스), 온글라이자(아스트라제네카), 트라젠타(베링거인겔하임), 네시나(다케다), 테넬리아(
한독(002390)), 가드렛(
JW중외제약(001060)), 슈가논(
동아에스티(170900)) 등 총 9개 제품이 출시돼 있다. SGLT-2는 포시가(아스트라제네카), 자디앙(베링거인겔하임), 슈글렛(아스텔라스) 등 3개 제품이 허가를 받았다.
업계에선 하반기 정도에 SGLT-2 급여 확대가 고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GLT-2 시장도 2000억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GLT-2 유치 경쟁도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포시가는 올초 CJ헬스케어에서
대웅제약(069620)으로 국내 영업권이 넘어갔다. 국내 5~6개사가 슈글렛 도입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독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자디앙은
유한양행(000100)이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급여는 제약사에게 매출을 의미한다. 당뇨치료제 급여기준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DPP-4와 함께 SGLT-2 라인업 구성이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