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6·13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청와대 참모진의 집단 사퇴 이후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업무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다. 청와대는 가급적 인선을 서두르겠다는 입장이지만, 완전한 진용을 갖추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5일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내) 급한 곳은 사람을 찾고 있다”며 “조만간 어떤 곳은 곧 발표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어디가 급한가’라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곤란하다”고 말을 아꼈다.
당초 청와대 기류는 당장의 업무 공백은 기존 참모들의 업무 분담으로 대응하고, 지방선거 이후 조직을 본격 재정비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문성과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청와대 업무를 임시방편으로 나눠 하는 것은 현실적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한 청와대 참모진은 비서관급이 5명, 행정관 11명으로 모두 16명에 달한다. 이 중 박수현 전 대변인 후임으로 김의겸 대변인만 인선했을 뿐 추가 인사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뇌물 수수 의혹으로 낙마한 전병헌 전 정무수석 후임으로 한병도 당시 정무비서관이 내부승진하면서 정무비서관 자리도 4개월 이상 비어있다.
당장 가장 시급한 부분은 농업분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 협상 ‘서명연기’를 시사했고 농업 추가개방 요구설이 흘러나온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방문한 아랍에미리트(UAE)의 왕세제는 공석과 사석을 가리지 않고 농업분야 협력을 적극 요청했다. 그러나 신정훈 전 농어업비서관과 이재수 전 농어업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자리를 비운 지 오래다. 여기에 김영록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전남지사 출마를 선언하고 사퇴해 정부와 청와대의 농업정책을 주도할 핵심라인은 궤멸상태다.
여성·가족관련 분야도 재정비가 시급하다. 문 대통령은 ‘페미니스트’를 자처하고 수시로 국가공동체의 기본인 가족공동체 보호를 다짐한다. 그러나 그러한 다짐을 뒷받침해야 할 은수미 전 여성가족비서관은 경기 성남시장 도전을 위해 사퇴했고,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교체설’이 나올 정도로 존재감이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특히 정치권 등과 가교역할을 할 정무라인 인선이 가장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문 대통령은 초대 정무수석에 3선 국회의원으로 민주당 원내대표를 역임한 전병헌 전 의원을 발탁했다. 정치적 중량감이 있는 인사로 여의도 국회와 심도 깊은 논의를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그러나 후임 정무수석에 한병도 정무비서관(초선 출신)을 내부 승진시키면서 무게감이 떨어졌고, 국회와의 의사소통도 상대적으로 어려워졌다는 후문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야당이 정무비서관으로 만난 사람을 바로 청와대 최선임 수석으로 대접해주는 것이 쉽겠나”라며 “과거 전병헌 선에서 처리될 문제를 이제는 임종석 비서실장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개헌과 각종 개혁입법 추진 등 정무 현안이 산적해있지만, 4명이 해야할 일을 3명이 하는 것도 효율성 저하의 원인으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