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잡학사전)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 시작은 협심증 치료제?

협심증 치료제 개발 중 발기개선 이상반응…출시 후 시알리스와 시장 선도자 역할

입력 : 2018-04-1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발기부전이란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누리는 데 충분한 발기를 얻지 못하거나 유지할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되는 것'으로 정의된다. 국내 성인남성 10명 가운데 1명이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알려진 발기부전은 자신감 상실을 비롯해 배우자와의 갈등, 심리적 좌절과 같은 개인적 문제와 가정불화 등의 사회적인 문제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화이자 '비아그라'와 일라이릴리 '시알리스'는 등장하자마자 '고개 숙인' 남성들에게 희망과 같은 존재로 떠올랐다. 출시 초기부터 큰 주목을 받으며 라이벌로서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의 태동과 성장을 이끌어 온 두 의약품은 시장성 증명을 넘어 발기부전이 치료의 대상이라는 사회·문화적 인식까지 심어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특허만료에 따른 복제약 홍수 속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발기부전 치료제의 대명사로서 자리하고 있다.
 
두 의약품 중 한발 앞서 지난 1998년 출시된 비아그라는 미국 화이자가 만든 최초의 경구용 발기부전치료제다. 비아그라 출시 전의 발기부전 치료가 주사요법 또는 수술 등 환자 부담이 큰 방법으로 진행됐던 데 반해, 알약 하나로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20세기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라는 찬사를 받으며 시장에 등장했다.
 
하지만 비아그라의 출발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비롯됐다. 1980년대 협심증 치료제 개발에 몰두하던 화이자가 당시 후보 치료제의 임상 1상 시험에서 우연하게 발기 개선의 이상반응을 발견했다. 해당 의약품의 협심증 치료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던 상황에서 화이자는 과감하게 방향을 발기부전 치료제로 선회해 관련 임상을 진행하기로 결정한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활력 또는 정력을 뜻하는 '비고르(Vigor)'와 '나이아가라(Niagara)' 폭포를 합성해 만들어 이름을 지은 비아그라(Viagra)다.
 
비아그라가 승승장구하자 일라이릴리는 비아그라와 차별화된 전략으로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 첫 발을 내딛는다. 성행위를 사전에 계획하고 최소 30분전에 복용해야하는 불편함이 있던 비아그라를 넘기 위해 약효 발현 시간이 짧으면서 지속시간은 긴 치료제 시알리스를 2003년 출시한다.
 
복용 후 16분이면 발기가 가능하고 최대 36시간까지 효과가 유지되는 시알리스는 단숨에 약효 발현시간이 30~60분, 반감기가 12시간정도 지속되는 비아그라를 위협할 만한 존재로 성장한다. 비아그라와 달리 음식물 섭취가 약효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혔다.
 
출시와 동시에 시장을 뒤흔들며 주도권을 놓지 않던 비아그라와 시알리스의 양강 체제는 2010년대 들어 내리막을 걷게 된다. 비아그라는 2012년, 시알리스는 2015년 복제약 출시가 본격화되며 점유율을 내주기 시작한다. 2012년 국내에서 약 400억원의 매출액으로 당시 1000억원 규모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의 40%를 점유했던 비아그라는 지난해 100억원 수준으로 떨어지며 복제약인 한미약품 '팔팔(200억원)'에 왕좌를 내준 상태다. 
 
시알리스 역시 지난 2015년 207억원으로, 당시 시장 2위였던 종근당 '센돔(52억원)'보다 4배 가량 많은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86억원으로 줄어들며 센돔(83억원)과의 격차가 크게 줄어든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복제약들이 오리지널약품의 20~30% 수준으로 압도적이었던 만큼 판매량 감소는 불가피했지만, 두 의약품이 해당 시장에서 지니는 상징성 탓에 여전히 비아그라와 시알리스를 선호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10월 서울 명동 화이자타워 로비에서 한국화이자제약의 비아그라 출시 10주년 기념식을 통해 비아그라 알약 모양의 작품을 관람 중인 모습.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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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