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검찰이 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국고등손실·조세포탈)·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직권남용·대통령기록물법 위반·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우선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실소유주라고 결론 내렸다. 이와 관련해 과거 BBK 특별검사 수사 당시 허위진술 등으로 증거인멸에 가담했던 다스와 영포빌딩 관계자 다수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설립 과정에서의 자금 조달과 의사결정, 회사에서 나오는 수익의 수취 등 객관적 사실로도 다스의 실소유주를 판단했다. 이 전 대통령은 분식회계를 통한 비자금 조성, 법인카드 사적 사용 등 방법으로 다스 자금 349억원 상당을 횡령하고, 다스 법인세 31억원 상당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가 전 BBK투자자문 대표 김경준씨에게 투자한 140억원을 반환하란 소송을 미국에서 제기했다가 지난 2007년 8월 1심에서 패소하자 청와대 총무기획관실, 법무비서관실, LA총영사 등 공무원들이 다스 미국 소송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게 하고, 미국 유명 로펌 에이킨 검프(Akin Gump)를 항소심에 투입한 후 수임료를 포함해 총 585만달러(약 67억7400만원)를 삼성그룹으로부터 지원받은 것으로도 조사됐다.
또 이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자금 총 7억원 상당을 상납받고, 공직 임명, 비례대표 공천, 이권 사업 기회 제공 등 명목으로 총 36억원 상당을 받아 선거자금, 차명재산 관리비 등 사적으로 소비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와 함께 무려 3402건에 이르는 대통령기록물을 영포빌딩에 유출해 은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대통령기록물 중에서 이 사건의 주요 증거와 불법 소지가 있는 문건이 포함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에 참여한 검사들을 주축으로 한 공판팀을 구성해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사 불응으로 확인하지 못한 사항들은 공판정 피고인신문 절차를 통해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피고인의 재산을 추적해 몰수·추징보전을 하는 등 범죄수익환수부를 통해 피고인이 뇌물 등 부패범죄로 취득한 범죄수익을 환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지난해 10월 장모 ㈜옵셔널캐피탈 대표이사가 다스 미국 소송에 공무원을 동원하는 등 직권을 남용했다면서 이 전 대통령을 고발한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범행 동기 파악을 위해 다스 실소유주 문제에 대한 수사도 병행했다. 지난해 12월 서울동부지검에서 시작한 수사로 다스 비자금을 추가로 발견한 다스 횡령 의혹 관련 고발 사건 수사팀(팀장 문찬석 차장)은 올해 2월 말 수사 종료와 함께 부팀장인 노만석 부장 등 일부 인력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합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지난해 12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자금 유용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에 대한 단서를 포착했다. 특히 국정원 자금의 최종 사용처를 확인하던 검찰은 삼성그룹 뇌물수수와 공직 임명 대가 등 수수 사건 관련 단서를 확보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 단서를 확보한 이후 삼성그룹의 다스 소송 비용 대납 등 이 전 대통령에게 자금을 지원한 정황이 기재된 문건이 영포빌딩에서 발견됐다.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동부구치소로 향하며 측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