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검찰이 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결국 구치소 방문 조사 없이 재판에 넘긴다. 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오는 9일 이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국고손실·조세)·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직권남용·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할 예정이다.
이 전 대통령은 1991년 11월부터 2007년 7월까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법인자금에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다스 법인카드를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등 방법으로 총 348억원 상당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07년 11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다스가 미국 소송 과정에서 현지 로펌 에이킨 검프를 선임한 비용을 포함해
삼성전자(005930)로부터 67억원 상당을 받고, 2008년 4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7억원 상당을 상납받는 등 총 111억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15개 정도의 범죄 사실에 대한 6개 혐의로 이 전 대통령을 구속했지만, 방문 조사는 한 번도 이뤄지지 못했다.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과 송경호 특수2부장 등 수사팀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3차례에 걸쳐 피의자 조사를 위해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변호인과 구치소 관계자들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을 설득했으나, 이 전 대통령은 면담을 거부했다. 다만, 검찰은 지난 3일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를 피의자로 소환하는 등 관련자 조사로 보강 수사를 진행했다.
또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기소한 이후에는 장다사로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통한 국정원 자금 수수 등 구속영장에 포함하지 않았던 다른 혐의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2008년 불법으로 국정원 자금을 받아 총선 대비용 여론조사를 진행하면서 정책 수행을 위한 것처럼 계약서를 조작하는 등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손실·뇌물)과 허위공문서작성·행사 등 혐의로 2월11일 장 전 기획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그달 13일 "죄책을 다툴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기소 이후 수사를 진행하려 했던 김성호 전 국가정보원장과 장석명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문제로 이 전 대통령의 구속 기간 불구속기소했다. 김 전 원장은 2008년 4월과 5월 사이 특수활동비를 상납하란 이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2억원이 들어 있는 여행용 가방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 전 비서관은 2011년 4월 국정원에서 받은 관봉 5000만원을 류충렬 전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을 통해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주무관에게 전달한 혐의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검사와 송경호 특수2부장검사 등 이명박 전 대통령 조사팀이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