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주방이 집안의 중심 공간으로 자리잡으면서 주방가구 시장에 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관련 기업들도 잇따라 주방용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주방가구를 중심으로 한 고급화 현상은 주거 공간에 대한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생긴 흐름이다. 10년 전 프리미엄 부엌가구 브랜드가 국내에 진출한 이후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당시만 해도 부엌은 거실과 단절된 가사 노동 공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주방은 가족과 대화를 나누고 취미생활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이같은 주거 생활의 변화가 프리미엄 주방가구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9일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주방은 가족들이 함께 식사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 기능이 확장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거실과 식사공간, 부엌이 연결된 LDK(Living-Dining-Kitchen) 구조가 보편적으로 자리잡게 됐고 주방공간에 대한 고급화 트렌드도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주방가구로 출발한
한샘(009240)은 프리미엄 부엌가구 브랜드 키친바흐(Kitchen Bach)를 앞세워 고급 주방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2006년 브랜드 출시 직후에는 월 100세트 정도의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최근에는 1000세트 가까이 판매되며 매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샘 관계자는 "출시 당시 최고급 친환경 소재인 슈퍼 E0 등급 자재를 사용하고 한국인의 체형과 취향을 정확히 파악해 새로운 주방가구를 선보이면서 업계를 선도했다"면서 "기존 프리미엄 주방가구 시장에서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한국 전통 기술인 옻칠 방식을 도입하는 등 고객들의 취향에 다가가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방가구 상판 소재 가운데 고급 제품으로 분류되는 엔지니어드 스톤(Engineered Stone) 적용 비율도 최근 50%까지 높아졌다. 5년 전만 해도 국내 아파트 주방에 5% 정도만 엔지니어드 스톤이 설치됐지만 주방 공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프리미엄 제품을 설치하는 비중이 급증했다. 엔지니어드 스톤은 천연 석영계 재료를 90% 이상 함유해 천연 대리석과 거의 흡사한 제품으로, 기존 아크릴계 인조대리석에 비해 약 2배 이상 가격이 높다.
LG하우시스(108670) 관계자는 "엔지니어드 스톤 제품의 작년 국내 매출이 2016년 대비 절반 가량 늘어나는 등 주방가구 상판이 고급 인테리어 시장에서 부각되고 있다"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고급화된 취향을 반영해 최근에는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뮤지카' 컬렉션을 한국 시장에도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L&C 관계자는 "프리미엄 엔지니어드 스톤 브랜드인 '칸스톤'은 최근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에 75% 이상 공급할 만큼 건설사가 선호하는 인테리어 자재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한화L&C 전체 실적에서 15%를 차지하고 있고 최근에는 해외 진출을 위해 캐나다 공장을 증설하며 규모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가전업체들도 주방 시장에 주목하는 추세다. 그동안 밀레(Miele), 서브제로&울프(SUB-ZERO & Wolf) 등 수입제품 위주였던 프리미엄 주방 빌트인 가전 시장에 국내 가전 업체들도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스마트 기능을 강조한 프리미엄 빌트인 '셰프 컬렉션' 라인을 앞세워 다양한 주방가전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다.
LG전자(066570)도 프리미엄 빌트인 주방 가전인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출시하고 고급 주방가전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주방은 주부들의 가사공간으로 의미가 한정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가족들이 시간을 보내는 주거공간으로 역할이 확대되며 주방가구뿐만 아니라 주방가전에까지 고급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주거환경의 변화는 프리미엄 제품이 성장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방이 집안의 중심 공간으로 자리잡으면서 주방가구.가전 시장에 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은 LG하우시스의 엔지니어드 스톤 상판이 적용된 주방 전경. 사진/LG하우시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