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STX조선해양이 생사 갈림길에 섰다. 법정관리를 피하더라도 난제들이 산적해 정상화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경영환경 개선과 더불어 남은 일감이 길어도 내년 하반기에 고갈돼 수주 확대에도 비상이 걸렸다.
10일 STX조선해양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1173억원이다. 전년도 영업손실 1987억원보다는 814억원 개선됐지만, 2012년 이후 적자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출액은 지난 2016년 대비 62.9% 감소한 3958억원을 기록했다. 지속된 적자에 유동성도 최악으로 치달았다.
STX조선해양 구조조정 일지. 제작/뉴스토마토
정부와 채권단이 지난달 8일 중형조선사 구조조정 방침을 발표하면서 추가지원이 없다고 못을 박아 자산 확보 대안도 없다.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689억원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1497억원에서 절반이 줄었다. 업계의 헤비테일(선박 건조 후 잔금을 지급하는 방식) 계약 관행에 당장 운영자금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채 규모는 채권단으로부터 6조원가량을 지원받아 1조1700억원 수준으로 줄었지만 이조차도 감당하기 버겁다. 부채비율은 76%다.
수주영업도 사실상 중단 상태다. 이달 초 기준 STX조선해양의 수주잔량은 모두 17척(옵션 2척 포함)이다. 올해 수주목표는 20척, 7억3400만달러다. 지난해 9월 그리스 선사 판테온으로부터 PC선 6척을 수주한 이래 옵션 물량을 제외하면 올해 신규 수주는 아직 없다. 남은 일감도 길어야 내년 하반기면 바닥을 드러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액화천연가스(LNG)선과 액화석유가스(LPG)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STX조선해양은 중형 석유제품운반(PC)선 가운데 6~8만톤(LR1)과 4만~6만톤(MR) 선종에서 각각 세계 1위와 2위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중소형 LNG선은 시장에서 발주가 가장 많은 멤브레인형과 원통형(C-타입) 건조 경험이 있다. 해양 환경규제 강화와 맞물려 호황기에 있는 석유시장에서 중형 PC선 발주가 기대된다.
STX조선해양은 이날 새벽 노사가 고정비 40% 감축을 골자로 한 자구계획안과 노사확약서 제출에 합의했지만,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