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8년차 프리랜서이자, 발달 장애 아이를 둔 6년차 워킹맘입니다. 아이가 종종 아파 일이 밀리게 되면, 밤새 일해서 납기일을 맞춰야 합니다. 장애 치료 비용은 보전받지만 병원에 데리고 다니는 시간을 소득으로 보전받을 수는 없습니다."
프리랜서 상당수가 일반 직장인과 비슷한 시간 동안 일하는데도, 버는 돈은 한 달에 152만9000원으로 최저임금보다 못하다는 통계가 제시됐다. 서울시는 11일 오전 위워크 을지로점에서 진행한 '프리랜서 권익보호를 위한 청책토론회'를 열고 프리랜서의 실태를 발표했다.
프리랜서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열악한 경제상황 뿐만 아니라 정부가 프리랜서에 대한 숫자통계조차 유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신분면에서도 노동자인지, 프리랜서인지에 대한 법적 구분이 모호하다고 토로했다.
사회보험 제도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보험료를 감당못해 해약까지 하는가 하면, 비탄력적인 제도로 고통받기도 한다. 독립연구자 네트워크인 '독립활동가의 시대'의 우성희 기획자는 "프리랜서의 수입이 많아지면 건강보험료가 그만큼 올라가지만, 줄어들 때엔 보험료가 내려가지 않는다"며 "그 때마다 건강보험공단에 깎아달라고 온갖 자료를 제시하느라 '폭풍같은 헤드벵잉'을 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패널 토론 중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청중과 질의응답을 나눴다. 플로어에서 손을 든 프리랜서들은 서울시가 미처 파악하거나 발표하지 못한 더 세부적인 고충들을 토로했다. 자신을 프리랜서의 한 형태인 '창직학교' 교장이라고 소개한 한 시민은 서울시가 그나마 발표된 통계도 특정 연령대를 배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시민의 설명에 따르면, 창직학교는 새로운 직업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직업을 개발하는 학교다. 그는 "이번 조사가 55세 이하까지 이뤄졌는데, 나이 들어 퇴직한 분은 거의 프리랜서"라며 "50+ 캠퍼스 활용해 창직 코치를 양성해달라"고 요구했다.
발달 장애 아이가 있다는 워킹맘 프리랜서는 "돌봄 노동자는 아이 부모가 밖에 나가 일하는 시간에 집에 오지만, 저는 일터가 집이라 돌봄 노동자가 부담스러워 한다"며 보다 더 세심한 보육 정책을 당부했다.
서울시가 일감을 자체 생산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연구원을 거쳐 글쓰기 등 예술 활동을 한다는 A씨는 "아직 경력을 못 쌓은 프리랜서는 서울시의 거대 프로젝트를 따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박 시장은 "프리랜서가 모임을 결성해 응모하면 프로젝트를 맡기 더 쉽다"며 "서울시 역시 프리랜서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하고, 제안 대회를 여는 등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위워크 을지로점에서 진행한 '프리랜서 권익보호를 위한 청책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