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리스크·채용비리 부담됐나…지방금융서 손떼는 국민연금

BNK금융 지분 113만853주 매도…DGB금융 지분율 5.99%
김기식 금감원장 선임·지배구조 불확실성 등 규제 우려도 제기

입력 : 2018-04-12 오후 4:33:49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금융권 ‘큰 손’으로 꼽히는 국민연금공단이 지방금융지주에서 손을 떼는 모습이다.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최대주주를 자임하며 지분율을 높여왔지만,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최고경영자(CEO)로 인한 리스크와 채용비리 문제, 정부 규제 강화 정책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신중모드를 취한 것으로 분석된다.
(왼쪽부터) BNK금융, DGB금융, JB금융지주 본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BNK금융지주(138930)는 지난 10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보유 지분이 11.54%에서 11.19%로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1월 롯데제과 등을 제치고 최대주주(지분율 12.4%)로 올랐던 국민연금은 이후 보유주식을 조금씩 매도해왔다. 특히 올해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1분기 동안 기존 보유주식 3760만4467주 가운데 113만853주를 장내 매도했다. 국민연금은 ’단순 매도’라는 입장이지만, 최근 부산은행을 둘러싸고 불거진 엘시티 등 기업대출 부실심사 의혹과 부산은행 채용 비리, 부진한 실적 등을 고려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BNK금융은 4031억원의 당기순익(지배지분)을 시현했다. 이는 1년 전보다 19.6% 감소한 규모로, 여기에는 부산은행이 쌓은 대손충당금 등이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부산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2016년 0.9%에서 2017년 1.53%로 증가하는 등 건전성도 악화됐다.
 
채용비리도 부산은행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현재 검찰은 부산은행이 시금고 선정 댓가로 부산시 전 공무원 자녀를 특혜 채용하는 등 비리 정황을 적발했으며, 박재경 BNK금융 사장 등 관련 임원도 구속했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가 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2대 주주인 롯데지주 외 특수관계인(7개사)은 11.1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비교하면 불과 0.05%포인트 차이다.
 
DGB금융지주(139130)에 대한 지분도 감소했다.
 
지난 4일 DGB금융은 국민연금의 지분이 5.99%(1013만1215주)로 작년 말보다 1.01% 하락했다고 밝혔다. 작년 3월까지만 해도 9.14%까지 올랐던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하반기를 기점으로 매도세를 이어갔다. 결국 올해 1월에는 삼성생명(6.95%)에 최대주주 자리도 내줬다.
 
여기에는 박인규 전 DGB금융회장 겸 대구은행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한 ‘CEO리스크’와 채용비리, 지배구조 이슈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CEO 리스크'로 인해 DGB금융의 기업가치가 하락할 경우 국민노후 자금에 손해를 끼쳤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서다.
 
DGB금융 관계자는 다만 “박 전 회장님 때문에 (국민연금이) 지분을 매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시장 상황을 보고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밖에 제주은행 또한 작년 말 11.25% 수준이던 국민연금의 지분 비율이 1분기 말 11.17%로 축소됐다.  JB금융의 경우 국민연금 지분율은 3.4% 수준으로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낮은 편이다. 
 
한편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 선임에 따른 감독 규제 강화 우려와 채용비리 이슈 등 정책적 이슈로 인해 은행주에 대한 매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오전 9시30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BNK금융은 전날보다 50원 떨어진 1만250원에 거래 중이다. DGB금융은 200원 오른 1만1250원, JB금융은 30원 증가한 6070원에 거래되고 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은행주 하락에 대해 “생산적 금융을 위한 자본규제안 확정과 신DTI 시행 등 가계대출 억제 본격화, 대출금리 인하 압력 등 규제 분위기가 지속된 데다 채용비리 이슈로 지배구조 불확실성 또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최 연구원은 또 “신임 금감원장 취임 이후 규제 분위기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확산 중”이라며 “채용비리 여파에 따른 전 금감원장 자진 사퇴로 증폭된 지배구조 관련 우려도 분명 투자심리 위축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 금융지주사의 실적에 대해 “부동산 시장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은행의 이익 성장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은행의 적극적인 위험관리와 비은행의 역량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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