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국민권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삼성전자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공개에 제동을 걸면서 최종 결정은 법원의 몫이 됐다. 삼성전자는 일단 시간을 벌었다는 것에 안도를 표하면서도 끝까지 방심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단지 기흥캠퍼스 모습. 사진/삼성전자
1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공개 여부가 이르면 이번주 내로 판가름난다. 삼성전자가 수원지방법원에 제기한 기흥·화성·평택 사업장의 보고서 정보공개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의 결과가 임박해졌기 때문. 법원은 지난 13일 첫 심리를 진행했다.
삼성전자는 "영업 기밀이 유출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일단 상황이 삼성전자에 유리하게 흐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전날 권익위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행심위)가 삼성전자의 보고서 공개 집행 보류 판정을 내렸고, 산업부 산하의 반도체전문위원회도 해당 보고서에 국가 핵심기술 일부가 포함됐다고 판단했다. 같은 날 대구지방법원과 대전지방법원은 각각 삼성전자 구미사업장과 온양사업장의 정보공개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오는 19~20일 예정됐던 보고서 공개를 무기한 연기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시간을 벌었다는 평가 밖에 할 수 없다"며 공식입장 표명을 삼갔다. 법원의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더라도 행정처분 취소 요청이 정당한지는 본안 소송을 통해 다퉈야 하기 때문이다. 정보공개 집행 보류 판정을 내린 행심위도 권한 심사 단계를 남겨둔 상태다. 통상적으로 권한 심사는 길면 2~3개월이 소요되며, 행정소송은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1심 판결이 나오더라도 어느 한쪽이 불복해 항소, 상고 등에 나서면 공방이 최대 몇 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남은 소송에서 기밀 유출 우려를 최대한 소명할 계획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서도 소송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향후 기업들의 정보공개 논란이 발생할 경우 이번 건이 선례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보고서 공개 논란이 제기됐을 때 삼성전자가 "고용부와 삼성전자의 문제가 아닌 업계 전체의 이야기"라고 주장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서 공개 여파 확산을 우려했는데 단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며 "중국 등 경쟁자들에게 핵심기술을 넘겨주는 일이 결코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도 행심위에 탕정 사업장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공개 집행정지와 취소 심판 청구를 제기했으며, 다음달 14일 천안의 배터리 공장 보고서 공개를 앞둔 삼성SDI도 행정소송과 행정심판 등의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