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도심 외곽의 대규모 매장 콘셉트로 성장해온 이케아가 도심 진출을 선언하면서 새로운 경쟁 구도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온라인 구매에 익숙해진 고객들의 소비 패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오프라인 매장 확대에 치중해왔던 국내 가구업체들도 이케아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작년 9월 취임한 예스페르 브로딘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9일 첫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3년 동안 실행할 변화 가운데 도심 진출이 포함돼 있다"며 "한국에서도 도심형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케아는 지난해부터 스톡홀름, 코펜하겐, 런던, 마드리드 등 해외 주요 도시에서 소형 매장을 시범 운영하며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브로딘 CEO는 "더 많은 사람들이 보다 나은 생활을 유지하도록 돕는다는 이케아의 철학은 변함 없다"고 말했지만 이를 실현하는 방법에 변화가 생겼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게 됐다. 이케아의 도심 진출은 교외의 대규모 매장에서 소비자가 물건을 집까지 직접 가져와서 조립하도록 만들었던 기존 방식을 더 이상 고수하지 않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이케아가 전략을 변경한 데에는 디지털화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온라인 시장규모 7위인 한국을 포함해 미국과 유럽, 중국 등 대규모 소비시장에서는 이미 아마존과 알리바바 등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를 통한 구매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 구매로 배송 서비스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이케아의 전통적인 구매 시스템을 불편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최대 온라인유통기업 아마존은 2010년 이후 7년 만에 매출액이 5배 이상 증가하며 급격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월마트는 수년째 매출 정체기에 머물러 있다.
이케아 역시 이러한 시장 변화에 타격을 입은 만큼 온라인화를 포함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회계년도(2016년9월~2017년8월) 기준 이케아그룹의 영업이익은 30억유로로 전년도(45억유로)에 비해 감소세를 나타냈다. 매출액이 357억유로에서 363억유로로 소폭 증가에 그친 비해 영업비용이 203억유로에서 237억유로로 급격하게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브로딘 CEO 역시 "이케아는 고객이 직접 제품을 가져가서 조립하는 방법으로 제품가격을 낮춰왔기 때문에 서비스부분에서 미흡한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변화한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해 앞으로 이를 개선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케아가 도심 진출을 선언한 만큼 골목상권 침해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세계와 롯데 등 국내 유통 공룡들이 정부 규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을 예외로 둘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이케아를 겨냥하기도 했다. 반면 이케아는 국내 최저임금 인상 흐름에도 제품가격 상승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가격을 올려온 국내 홈퍼니싱 업체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에 비해 대규모 생산으로 단가를 낮출 요인이 많은 이케아와 가격 경쟁이 힘든 대신 매장을 늘리며 접근성을 높여왔는데 이케아가 도심까지 진출할 경우 중저가 시장은 잠식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시장 확대에 기여한 측면은 인정하지만 일정부분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케아가 도심 진출을 선언하면서 새로운 경쟁 구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진은 작년 10월 이케아 고양점 개장식에서 박동길 덕양구청장, 초홍묵 충남 계룡시장, 안드레 슈미트갈 이케아코리아 대표, 안 회그룬드 주한스웨덴대사관 대사, 세실리아 요한슨 이케아 고양점장이 기념식수를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