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에게는 취재원 검증이 매우 중요하다. 그가 진실을 말하는지 아닌지에 따라 기사는 특종이 될 수도, 오보가 될 수도 있다. 취재원 가운데에서도 검증이 됐다고 신뢰할 수 있는 이들은 당연히 정부기관 관계자들이다. 국가의 녹을 먹고 있는 만큼 공적인 일에 대해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기자는 지난 18일 대한항공 의전팀 직원들이 조 사장의 짐을 대신해서 운반하는 모습이 포착된 사진과 함께 명품 밀반입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관세청과 인천세관은 밀반입 의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고 ‘지난해 사진 한 장이 기사거리가 될 수 있냐’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그로부터 이틀 만에 대한항공 의전팀 직원이 세관 직원들과 눈짓과 손짓을 보내고 단 5초 만에 세관을 통과하는 영상을 입수했다. 영상이 없었다면 관세청의 ‘세관 직원들이 1800명이 넘고 교대 근무를 하기 때문에 항공사 의전팀 직원들과 서로 알 수 없다’는 거짓해명을 지금까지 믿고 있었을 것이다. 해명을 듣기 위해 관세청에 연락을 시도했다. 그간 끊임없이 기사 수정을 요구하느라 휴대폰을 울리게 했던 관세청은 왠일인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로 시작된 갑질 폭로는 한진 총수 일가의 조세포탈 등 범죄 혐의로 불거지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22일 관세청은 관세포탈 혐의 등으로 대한항공 본사와 한진 총수 일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유착 의혹이 제기된 관세청이 압수수색할 자격이 있는지에도 의문이 생긴다. 관세청 역시 대한항공, 나아가 한진그룹과 어떤 유착관계가 있었는지 밝히기 위해 피조사대상이 돼야 할 것이다.
단독 보도한 사진과 영상 속에서 대한항공 의전팀 직원들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는 곳에서 수하물을 대신 받아 정리했고, 세관 직원들과의 눈짓과 손짓을 통해 세관 절차를 통과했다. 당연히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지 어떤 행동을 해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구멍 뚫린 세관을 여실히 잘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보지 않고서는 믿을 수 없었던 상황을 그대로 담고 있는 사진과 영상이 세간에 공개된 만큼 끝까지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한진과 대한항공만의 문제가 아니다. 취재 당시 세관 관계자들은 수하물에서 명품이나 총기류, 마약 등을 거르는 대한민국 세관 엑스레이 기술이 ‘세계 최고’라고 했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건 국민들 몰래 비일비재하게 벌어졌을지 모르는 부패와 비리를 '세계 최고'로 잘 거르는 조사다.
최영지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