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현대백화점 그룹 지배구조 변화 이슈가 계속된다. 순환출자 문제를 풀었지만 지분 조정 과정에서 현대그린푸드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그룹은 내부거래를 낮추기 위한 사업 조정에 착수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추후 그룹분리나 지주회사 전환 등 지분변동 가능성도 내다본다.
앞서 이달 초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이 사비로 지분을 매입해 순환출자를 해소했다. 그 속에 정교선 부회장은 현대그린푸드 보유 지분이 15.28%에서 23.03%로 늘어났다. 이로써 기존 정지선 회장 12.67%, 정몽근 명예회장 1.97%를 포함해 현대그린푸드 내 총수일가 지분은 37.67%가 됐다. 상장회사는 일가 지분이 30%(비상장 20%)를 넘으면 일감몰아주기 규제(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된다. 지난해 현대그린푸드 내부거래액은 2626억원, 내부거래율은 18% 정도였다. 각각 규제에서 제외될 수 있는 200억원, 12% 기준치도 훌쩍 넘겼다.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시행된 2014년 이전에 현대그린푸드 내 일가 지분은 30%를 넘었다. 그러다 정몽근 명예회장이 지분 일부를 매각, 2013년 말 일가 지분이 29.92%로 내려갔다. 아슬하게 턱걸이를 했지만 이번엔 규제선에 걸리게 됐다.
거래선을 바꾸기 어려운 업종특성상 규제 이슈를 벗어나기 위한 추가 지분 조정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선적으로는 내부거래를 낮추기 위한 사업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5일 순환출자 해소와 함께 현대그린푸드 IT사업부문 분할이 발표됐다. 내부 매출 비중이 높았던 IT사업을 떼어내 VR사업 등 신사업을 추진하며 내부거래도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대그린푸드 본업인 단체급식과 식자재유통 등이 현대백화점, 한무쇼핑, 현대홈쇼핑 등 계열사와 밀접하다. 회사는 또 다수 부동산을 보유해 계열사로부터 임대수익도 걷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선 규제 강화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일례로 관련 법 개정안 중 연결재무제표 관점으로 내부거래를 확대 적용하는 내용이 현실화되면 사업분할만으로 피해가기 어려워진다.
재계에서는 형제경영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관점에서 그룹분리를 위한 지분정리가 병행될 수 있다고 본다. 정지선 회장이 현대그린푸드 보유 지분을 팔고 그 자금으로 현대그린푸드가 보유한 현대백화점 지분(12.05%)을 사들이는 식이다. 이를 통해 일감 문제 해소는 물론 그룹분리도 완성된다. 장기적인 승계 구도에서는 계열분리도 수월해진다.
지주 전환도 일감 문제 해소 방법이 된다. 현대그린푸드는 수년간 순환출자 해소 차원에서 지주전환 전망이 제기돼왔다. 이번에 지주 전환 없이 문제를 해결해 그런 관측은 수그러들었지만 여전히 동기는 풍부하다. 과세이연 등 연말까지 지주전환 혜택이 유효하다. 현대그린푸드는 지주 전환 시 10.6%나 되는 자사주를 활용할 수도 있다. 삼성, 현대차 등 지주 전환 없이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방법을 두고 재벌 '황제경영' 문제해결이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만 현대그린푸드가 지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현대백화점 등 계열사 지분을 늘려야 하는 부담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주 전환 시 행위제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2년간 유예기간 내 해결해야 한다"면서 "현재 핵심 계열사 지분이 부족해 부담이 적지 않고 지분을 늘리면 계열분리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