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양육권 침해했어도 폭력 부모에 자녀 반환은 안 돼"

아동반환청구 소송 재항고 기각…헤이그협약 반환 예외 첫 인정

입력 : 2018-04-30 오후 6:11:22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자녀를 국내로 불법적으로 데리고 와 양육권이 침해됐더라도 한쪽 부모에 대한 잦은 폭력 등으로 자녀에게 정신적 위해가 발생하면 자녀의 반환 청구를 기각할 수 있다는 예외 사례를 대법원이 처음으로 인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재일교포 남편 B씨가 한국인 부인 A씨를 상대로 낸 아동반환청구(헤이그협약)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B씨가 A씨를 수차례 폭언과 폭행을 하고, 자녀는 이 폭행을 목격해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자녀만 일본으로 돌아갈 경우 그와 같은 분리가 오히려 자녀에 대한 심리적 고통을 줄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해 자녀가 반환되면 중대한 위험이 있다고 봐 B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중대한 위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재판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A씨는 B씨와의 부부싸움 후 자녀들을 데리고 한국에 입국했다. 이에 B씨는 A씨가 공동양육자로서 양육권을 침해했고, 국제적 아동탈취의 민사적 측면에 관한 협약(헤이그협약)이 정한 불법적 아동의 이동에 해당한다면서 아동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서울가정법원은 지난해 10월18일 B씨의 청구에 대해 기각을 결정했고, 대법원도 지난 17일 재항고를 기각했다.
 
A씨의 법률 대리인 조숙현 법무법인(유) 원 변호사는 "헤이그협약의 목적이 아동의 신속한 반환 절차를 규율함으로써 아동의 탈취를 억제한다는 데 있으나, 이번 대법원 판결은 가정폭력 피해를 본 여성이 양육하던 아동과 동반해 귀국한 상황에서 아동을 가정폭력 가해 부모에게 반환하는 것은 아동의 실체적 복리에 악영향을 끼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반환 예외를 인정한 첫 사례"라고 말했다.
 
헤이그협약과 그 이행 법률인 헤이그아동탈취법에 의하면 아동의 대한민국으로의 불법적인 이동 또는 유치로 인해 협약에 따른 양육권이 침해된 경우 법원에 아동의 반환을 구할 수 있고, 법원은 아동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다만, 헤이그아동탈취법 제12조 제4항 제3호는 "아동의 반환으로 인해 아동이 육체적 또는 정신적 위해에 노출되거나 그 밖에 견디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될 중대한 위험이 있는 사실이 있을 경우에는 반환청구를 기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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