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판문점에서 불어온 한반도 훈풍으로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보수야당 후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야당은 ‘민주당원 댓글 조작사건’(드루킹 사건) 등 정권심판론에 불을 붙이고 있지만, 남북 정상의 판문점선언 이후 대부분 묻히는 분위기다.
야당은 선거 때까지 한중일, 북미, 한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대응 전략을 고심 중이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판문점선언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 상승에 비상이 걸렸다. 드루킹 사건을 지렛대 삼아 대여공세를 강화하던 차에 남북이슈가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유권자들은 이번 지방선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현안으로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꼽고 있어 상당 기간 북한 문제에 시선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야당의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지방선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한국당 김문수 후보는 남북회담 결과를 평가절하하며 보수표 결집에 주력했다. ‘집토끼’부터 확실히 다지고 가겠다는 의도다. 김 전 지사는 “남북 정상회담을 감동적으로 잘 봤지만, 반찬만 먹고 밥은 안 먹은 기분이 든다”며 회담 결과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념대결을 통해 선명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바른당 안철수 후보는 “‘완전한 비핵화’는 큰 의미가 있다”고 호평하며 한국당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박원순 현 서울시장의 시정을 비판하는 등 이른바 ‘박원순 때리기’ 행보를 재개했다. 안 후보는 그동안 ‘김기식·드루킹 때리기’에 집중해 ‘나홀로 대선후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남북회담을 계기로 댓글 조작사건과 남북관계 등 중앙정치 이슈에 거리를 두면서 서울시장 후보로서의 행보에 집중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당 경기지사 후보인 남경필 현 지사는 당 차원에서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위장평화쇼’ 등의 강경 발언을 쏟아낸 것과 달리 “평화 정착의 계기가 마련됐다”고 하는 등 전략적 자세를 취했다. 경기북부 등 북한 접경지 민심을 잡기 위해서다. 남경필 캠프에선 이를 “남경필만의 차별화”라고 설명했다. 캠프에선 당의 입장과 달리 ‘소신’을 당당히 밝혀 합리적 보수 이미지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부산·경남·울산(PK)은 다른 지역에 비해 다소 남북회담 이슈와 멀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야당은 남북회담 결과에 따른 여권의 지지율 상승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당은 전날부터 이날까지 이틀 간 부산과 창원에서 지방선거 필승결의대회를 열고 댓글조작 사건을 집중 부각해 남북 화해 무드가 PK까지 남하하는 것을 막는 데 집중했다. 바른미래당 김유근 경남지사 후보도 민주당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며 드루킹 사건 이슈화에 나섰다.
야당의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남북 간 훈풍 분위기에 대응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한국당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