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보톨리눔톡신(보톡스)의 원료물질인 균주 출처를 놓고 국내외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공방에 재차 불이 붙었다. 지난해에 이어 또 한번 미국 법원의 판결을 놓고 해석이 엇갈리면서 신경전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2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에 따르면 양사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법원이 내놓은 현지 소송 판결 결과를 놓고 상이한 주장을 펼치며 날을 세우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 3월 메디톡스가 자사와 파트너사 에볼루스 각각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제기한 보톨리눔톡신 특허 침해 관련 소송의 각하를 요청한 바 있다. 현지 법원은 이에 대해 대웅제약 건에 대해서는 재소가 허용된(같은 내용으로 소송을 다시 제기 할 수 있는) 각하를, 에볼루스 건은 소송 유지를 결정했다.
이 같은 법원의 판결에 대해 메디톡스는 소송 유지, 대웅은 종결이라는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메디톡스는 "현지 법원이 대웅제약이 제기한 재소 불가 각하 요청을 사실상 거절한 것"이라며 "에볼루스에 대해서는 소송 유지, 대웅제약에 대해서는 재소가 허용된 각하를 결정함에 따라 한국 소송 이후 재소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법원이 대웅제약 건에 대해 재소가 허용된 각하를 결정한 이유는 관할 존부에 관한 형식적 판단에 의한 것이며, 에볼루스에 대한 소송 유지를 결정한 이유는 해당 사안에 대한 실제적 진실을 밝히겠다는 판단이라는 해석이다. 미국 법원의 에볼루스 관련 소송 심리는 오는 8월10일 열릴 예정이다.
반면, 대웅제약은 법원이 공식적으로 각하 판결을 내리며 해당 민사소송이 공식적으로 종결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관할권도 없는 외국에서 먼저 소송을 신청해 '나보타(대웅제약 보톡스 제품명)'의 수출을 저지하고자 했던 메디톡스의 소송의도가 무산된 것을 의미한다는 입장이다.
양사의 '같은 판결, 다른 해석'은 법정 분쟁이 본격화된 지난해에도 똑같은 양상을 보였다. 앞서 메디톡스는 지난해 6월 미국 법원에 대웅제약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대웅제약과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 전 연구원을 매수해 보톨리눔톡신 균주 및 제조와 관련된 정보를 훔쳤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같은 해 10월 현지 법원은 '불편한 법정의 원칙'에 따라 소송을 각하하고 국내에서 먼저 소송을 진행하라고 명령했다. 불편한 법정의 원칙이란 소송이 제기된 법원에서 당사자의 편의와 정의 실현을 위해 다른 국가의 법원에서 재판이 이뤄지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소송을 각하할 수 있는 영미 판례법이다.
이에 대웅제약은 미국 법원이 메디톡스가 제기한 민사소송이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해석한 반면, 메디톡스는 국내 소송 진행 여부를 보고 속개한다고 판결문에 명기돼 있다며 같은달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대웅 및 대웅제약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 청구의 소'를 제기하며 신경전을 펼쳤다.
약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양사의 공방은 국내 소송 결과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양사 국내 소송은 지난 3월 1차 변론 기일을 거친 상태며, 2차 변론 기일을 기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경전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각 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이 치우치는 경향은 있지만 관점에 따라 법적 해석이 다른 것은 일반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양사 모두 패소 시 보톡스 주도 기업으로서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 손해배상에 따른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한 만큼 어느 한쪽도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톡스 균주 출처를 놓고 국내외 소송전을 진행 중인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최근 미국 법원의 판결문을 두고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또 한번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