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대웅제약이 전년 동기 대비 20% 가까이 뒷걸음질 친 1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소폭 성장을 전망하던 시장 기대치를 하회한 실적이지만, 줄줄이 대기 중인 호재에 연간 매출 1조클럽 달성 전망은 여전히 낙관적이란 분석도 나온다.
8일 대웅제약은 매출액 2158억원, 영업이익 80억원의 1분기 잠정실적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5.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7.9% 감소한 수치다. 본격 가동을 시작한 향남 보툴리눔톡신 공장에 힘입어 공급이 늘었지만, 그에 준하는 비용 증가에 수익성이 발목잡힌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국내 제약업계 빅5 가운데 두번째로 부진한 실적이다.
이날 대웅제약을 끝으로 1분기 실적 발표를 매듭지은 국내 제약사 상위 매출 5개사(유한양행, GC녹십자, 대웅제약, 한미약품, 종근당) 가운데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가장 크게 실적이 개선된 곳은 종근당이었다. 1분기 기준 업계 5위에 해당하는 2184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종근당은 19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였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2%, 14.7%씩 늘었다. 업계 2위 GC녹십자 역시 주력인 혈액제제와 백신사업 매출 규모가 성장하는 등 전 사업 부문이 고른 호조를 보이며 2941억원, 영업이익 145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5.8%, 5.7%씩 증가한 수치다.
반면 유한양행은 해외사업 부진에 타격을 입으며 3.2%, 28.7%씩 감소한 매출액 3398억원, 영업이익 253억원에 그쳤다. 여전히 업계 선두 자리를 지켰지만 빅5 제약사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하락했다. 한미약품(매출액 2457억원, 영업이익 263억원)은 연구개발비용 증가에 매출은 5.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6.2% 감소했다.
단기성 비용증가에 주춤한 1분기를 보냈지만 대웅제약의 연간 매출 1조원 돌파 자신감은 여전하다. 2분기부터 본격화 되는 도입품목(삼페넷, 포시가, 아셀렉스)의 매출과 물량이 늘어난 나보타의 국내 시장 판매 확대 및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기대감에 길게는 우루사 미국 진출 등의 호재가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나보타는 현재 미국 임상 3상을 완료하고 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최종승인을 얻어낼 경우 국내 보툴리눔톡신 제조사 가운데 가장 먼저 최대 시장 미국에 진출하게 된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도 수요를 높여가고 있는 국산 보툴리눔톡신의 인기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1분기 국산 보툴리눔톡신 수출액은 약 462억원으로 전년 동기 262억원 대비 76% 증가했다.
우루사는 최근 캐나다에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완료하고, 경기도 향남 공장의 미국 의약품 제조·품질기준(cGMP) 인증을 추진하는 등 미국 허가 접수를 위한 막바지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 역시 대웅제약의 연간 실적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대웅제약 연간실적 컨센서스는 매출액 1조261억원, 영업이익 451억원 수준이다.
다만 메디톡스와 진행 중인 국내외 소송전은 여전히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메디톡스는 자사 전 연구원을 대웅제약이 매수해 보툴리눔톡신 균주 및 제조 관련 정보를 훔쳤다며 지난해 6월 미국 법원에 영업비밀 침해 등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현지 법원의 판결을 두고 양사 해석이 엇갈리며 신경전을 비롯한 국내 민사소송전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현재 양사 국내 소송은 지난 3월 1차 변론 기일을 거친 상태며, 2차 변론 기일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국내 소송결과에 따라 향방이 좌우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패소시 치명적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내는 징벌적 배상이나 확대배상이 아닌 직접적 손해를 배상하는 원칙을 따르고 있어 인과관계가 있는 범위 내 직접적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만을 인정하는 편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가해자가 단순 과실이 아닌 고의나 악의, 무모한 행위 등의 불법행위가 인정되면 실손해액과 별도로 주에 따라 최소 2배에서 배수제한 없는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메디톡스가 현지에서 소송을 제기한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배수제한이 없어 소송에서 패하는 쪽에 회사 근간을 흔들만한 피해까지도 가능한 상황이다.
대웅제약이 단기성 비용 증가에 수익성이 발목잡히며 전년 동기 대비 17% 이상 하락한 1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줄줄이 대기 중인 호재에 연간 매출 1조클럽 달성 전망은 밝다는 분석이다. 사진/대웅제약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