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재벌개혁, 5년내 일관되게 추진할 것"

10대그룹 경영인과 간담회…"삼성 지배구조 개선, 삼성이 풀어야"

입력 : 2018-05-10 오후 5:21:32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계와 가진 세번째 회동에서도 현 정권 내 흔들림 없는 재벌개혁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그는 재계와 보여주기식 이벤트성 만남은 자제할 뜻을 밝혔다. 또 대기업을 향해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을 저해하는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선제적으로 개선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10대그룹 전문경영인과 정책간담회를 열고 "문재인정부 1년을 맞아 재벌개혁을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는 비판과 기업의 기를 살려줘야 한다는 비판이 공존한다"며 "양쪽 비판 모두 재벌개혁의 실패를 가져올 수 있어 균형을 잡고 3년 내지 5년의 시계 하에 재벌개혁을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GS,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두산 등 10대그룹 전문 경영인(CEO)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과 재계와의 만남은 이번이 세번째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같은 달 23일 삼성·현대차·LG·SK 등 4대그룹과 첫번째 회동을 가졌으며, 11월2일에는 삼성·현대차·LG·SK·롯데 등 5대그룹과 두번째 간담회를 열었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에 앞서 "그간 재계는 지배구조와 거래관행 개선 사례를 발표하고 추진해 왔다"며 "이러한 노력은 정부 정책에도 부합하지만 무엇보다 시장과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몇몇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기업들로 확산돼 가는 모습 역시 긍정적"이라며 "앞으로도 이러한 개선 사례가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향후 재벌개혁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문재인정부 1년을 맞아 양립하기 어려운 양쪽의 비판이 공존하는 것이 현실이다"며 "성급함도, '낙수효과'라는 과거 회귀 움직임도 재벌개혁을 실패로 이끈 원인이다. 각계각층 비판을 모두 경계하면서 그 가운데 속도와 강도를 유지해 재벌개혁을 3년 내지 5년의 시계 하에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재계와의 이벤트성 만남은 최대한 자제할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개별적인 소통은 언제나 환영한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불편한 자리에서 자주 만남을 이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음 공식 만남은 특별한 일이 없다면 정부 출범 2년차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정책방향 가운데 두 가지 내용을 별도로 언급하면서 재계의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그는 "공정위가 진행하고 있는 공정거래법 전면개정과 관련해 지주회사, 공익법인, 사익편취 규제 등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와 거래관행에 직결되는 사안에 대해 재계의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다.
 
또 일감 몰아주기 관행에 대한 당부도 뒤따랐다. 김 위원장은 "총수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은 지배주주 일가가 그룹 핵심 계열사가 아닌 비주력회사나 비상장사 지분 집중적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이를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재계 스스로 모범규준 형태로 지배주주는 주력 계열사의 주식만 보유하고, 비주력·비상장 계열사 주식은 보유하지 않는 방안으로 고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의 소유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삼성의 소유지배구조 문제는 삼성이 풀어야 한다"면서도 "분명한 사실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기본적 출자 구조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선택은 정부가 아니라 삼성의 몫"이라면서 "삼성의 결정이 늦어질수록 삼성과 한국경제의 비용이 커질 것이고 시간을 끄는 것이 가장 나쁜 결정"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10대그룹과 정책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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