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의료진의 과실로 식물인간 상태가 된 환자가 예상했던 기간보다 오래 생존할 경우 발생하는 추가 치료비를 병원이 부담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A병원이 환자 B씨와 그 가족을 상대로 낸 용역비 청구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B씨 가족은 2차 의료소송에서 B씨의 기대여명기간이었던 2012년까지의 손해배상만 청구했고 이후 B씨가 생존함에 따라 A병원이 B씨를 치료하는 것은 의료진 과실로 인한 손해를 대신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과거 B씨가 청구하지 않았던 2013년 이후 치료비를 다시 청구하는 것이 소송법상 허용되지 않아도 A병원은 B씨에게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이와 달리 A병원이 B씨에게 배상해야 할 손해를 2차 소송을 통해 다 보상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게 하기 위해 원심 법원으로 환송한다”고 밝혔다.
B씨는 1998년 A병원에서 수술과 치료를 받은 후 의료진의 과실로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B씨 가족들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1차와 2차 소송을 통해 기대여명기간을 각각 2004년과 2012년까지로 인정받아 치료비 등을 보상받았다.
B씨가 2차 소송에서 예상한 여명기간이 지난 2014년에도 생존하자 B씨 가족은 추가로 발생하는 의료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법원은 치료비를 제외한 생계비 등 소극적 손해배상청구만 받아들였다.
세 차례의 소송에서 인정받은 여명기간이 지난 2015년에도 B씨가 생존하자 A병원은 2015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발생한 진료비 980여 만 원을 지급하라며 용역비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원고의 청구가 모두 기각됐지만 2심에서는 B씨 측이 진료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판결이 있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