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애플 '디자인특허소송' 재개

입력 : 2018-05-14 오후 4:45:02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7년 넘게 이어진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소송이 재개된다. 삼성전자의 특허 침해에 따른 애플의 피해 규모를 어디까지 인정할지,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배상액이 줄어들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에서 14일(현지시간)부터 닷새간 삼성전자의 애플 디자인 특허 침해 관련 재판이 열린다. 이번 재판은 1심을 담당했던 루시 고 판사가 주관한다.
 
양사 간 소송은 2011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애플은 그해 4월 삼성전자가 직사각형에 둥근 모서리 관련 특허, 화면에 테두리를 입힌 특허, 계산기와 같이 격자 형태로 애플리케이션(앱)을 배열한 특허 등 아이폰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제소했다. 다음해 1심 법원은 삼성전자가 애플에 9억3000만달러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고, 삼성전자의 항소로 이어진 2015년 2심 재판에서는 배상액이 5억4800만달러로 줄어들었다.
 
삼성전자는 이중 디자인 특허 침해 건에 대해 연방대법원에 상고했고, 지난 2016년 12월 사건은 파기환송됐다. 이와 관련된 배상금은 5억4800만달러 중 3억9900만달러에 해당한다. 대법원이 디자인 배상액 3억9900만달러의 산정 기준을 제품 전체가치로 따진 것은 부당하다는 삼성전자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대법원은 구체적인 배상액은 하급법원에서 다시 논의하라고 했고, 이번 재판이 바로 배상액을 정하는 자리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이14일(현지시간)부터 삼성전자의 애플 디자인특허침해 관련 재판을 개시한다. 사진/뉴시스
 
3억9900만달러는 해당 특허가 적용된 스마트폰 갤럭시S 출시 이후 삼성전자가 이를 통해 벌어들인 이익금 전체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디자인 특허 침해시 해당 디자인이 적용된 '제조물품' 이익금 전체에 대한 배상이 이뤄지도록 한 미국 특허법 제289조에 따른 것이다.
 
때문에 주요 외신은 재판부가 미국 특허법 289조의 제조물품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판 초기만 해도 디자인 가치를 침해된 제조물품의 전체 가치로 판단했지만 이제는 일부로 판단될 여지가 커 삼성전자가 애플에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이 과거와 달라질 것이란 의견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앞서 대법원이 판결문에서 특허법 제289조에 나오는 제조물품의 해석에 대해 "소비자에게 판매된 제품으로 볼 수 있지만, 동시에 그 제품의 일부로도 볼 수 있다"고 밝힌 점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애플은 이번 재판에서 디자인 특허와 관련된 배상액을 모두 인정받기 위해 전체 스마트폰 가치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강조할 전망이다. 반대로 삼성전자는 디자인 특허 침해를 전체가 아닌 기기의 일부로 한정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스마트폰에 얼마나 많은 부품이 투입되는지, 브랜드가치 등 소비자들이 자사 제품을 구입하는 이유 등에 대해 강조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소송 결과는 양사는 물론 정보기술(IT) 산업 전체를 뒤흔들 중요한 판례가 될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디자인이라는 상대적으로 주관적이고 모호한 분야의 특허 싸움에 대해 열린 판례가 나온다면 앞으로 업계 후발주자들도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여지가 커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창의성을 지원하고 혁신에 보상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지, 무분별하고 과도한 특허소송을 줄일 수 있는 시작이 될지 판단하는 근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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