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스마트폰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삼성전자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한때 20%에 가까운 점유율로 대륙을 호령했지만, 로컬업체들의 성장과 시장 대응 부진이 겹치면서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지난 2016년 갤럭시노트7 발화로 인한 신뢰도 하락과 지난해 사드 사태로 인한 중국 내 반한 감정 고조로 점유율은 급기야 한 자릿수로 추락했다.
8일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1분기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1.3%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에는 0.8%까지 떨어졌다. 중국은 삼성전자가 한때 호령하던 시장이다. 갤럭시S3를 출시했던 2012년 삼성전자는 17.7%의 점유율로 당시 절대강자였던 노키아를 따돌렸고, 2013년에는 점유율이 19.7%까지 상승했다. 중국에 출하된 스마트폰 5대 중 1대가 삼성 브랜드였다.
10만원대 보급형부터 갤럭시S·노트 시리즈 등 프리미엄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면서 중국의 다양한 소비계층을 확보할 수 있었다. 사용자의 얼굴·눈동자·음성·동작을 인식해 기기가 스스로 작동하는 '모션인식 기능', 상단을 톡톡 두드리면 가장 최신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 리스트를 보여주는 '더블 탭 투 탑 기능' 등 앞선 기술을 선보이며 급증하는 중국의 수요를 흡수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의 로컬업체들보다 앞선 기술의 제품을 선보이며 인기가 가장 높았던 시절"이라고 회고했다.
2014년 샤오미가 미(Mi) 시리즈와 홍미 시리즈를 선보이자 시장 상황이 변했다. 샤오미는 애플을 모방한 디자인의 제품을 '온라인 온리'(online only) 정책을 통해 삼성전자 대비 반값에 가격 책정을 했다. 당시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는 샤오미에 대해 "미·홍미 시리즈는 최고 수준의 칩셋, 디스플레이, 카메라를 갖추고 있는 데 반해 가격은 싸다"고 분석했다. 중국 소비자들은 로컬업체가 내세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전략에 휩쓸리며 고가 스마트폰에 대한 흥미를 잃기 시작했다. 샤오미 돌풍에 온라인 채널을 통해 가성비를 내세우기 시작했지만 한발 늦었다. 삼성전자가 2014년 3분기 샤오미에 2.9%포인트 차로 1위 자리를 빼앗긴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샤오미는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과 함께 2015년 15.4%의 점유율을 기록, 삼성전자(7.6%)를 압도했다.
이후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로컬업체들은 샤오미의 가성비 전략을 모방하기 시작했다. 중국 저가폰 대공습의 시작이었다. 가성비만을 앞세웠던 중국 업체들의 실력이 업그레이드된 것도 삼성전자에는 독이 됐다. 이 기간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됐지만 로컬업체들의 독무대로 전락했다. 2016년에는 화웨이와 오포가 16%로 점유율이 뛰었고, 비보도 14%대를 기록했다. 이들의 성장으로 삼성전자는 또 한 번 밀려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6년 발생한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은 점유율 하락의 결정타가 됐다. 사드 논란도 더해졌다. 2016년 4.9%였던 삼성전자 점유율은 2017년 반토막 났고, 올 1분기에는 의미조차 찾기 어려운 1%대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점유율 회복이 쉽지 않은 과제라는 점이다. 2016년까지 성장세를 이어가던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길어진 교체주기와 수요 둔화로 지난해 역성장을 기록했다. 좁아진 시장에서 시장의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로컬업체들은 제품 경쟁력을 높여 점유율 방어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지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기존 7개 지사의 광역단위 조직을 22개 조직으로 재편해 지역별 시장의 특성을 고려할 수 있는 현장밀착형 조직을 구성했다. 올 3월에는 갤럭시S9을 필두로 수요 진작에 나섰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의 틈을 비집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 전문가는 "갤럭시 브랜드가 중국 제품의 가성비에 밀리고,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애플보다 셀링포인트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