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인 금융부장
“원장님이 취임 후 주말에 출근을 안하십니다.”, “원장님의 첫 번째 인사의 의미가 뭔지 궁금합니다.”
요즘 금융감독원 직원들은 새로 부임한 금감원장의 의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존의 틀에서 예상되던 행보가 아니어서 혼란스럽기도 하다.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나게 됐다”는 평가를 받았던, 개혁성향 윤석헌 금감원장이기에 더욱 그렇다. 벌써 취임 3주차를 맞고 있지만 윤 원장의 성향 자체가 전혀 파악되지 않으면서 불안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금감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수개월은 업무 파악과 감독방향 설정을 위해 주말에도 출근을 한다. 이 기간 직원들 사이에는 항상 긴장감이 감돌기 마련이다. 여기에 새 원장의 성향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가 바로 인사다. 첫 번째 인사는 대부분 신중하지만 파격적이었다. 조직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윤 원장은 부임 후 맥락이 이해안되는 일부 국장과 팀장 등 소폭의 인사만 단행했다.
일부에서는 조직 파악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사가 나서 이례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거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나오고 있다.
윤 원장은 지난 15일 첫 간부회의에서 금융감독 방향에 대해 전임 최흥식, 김기식 원장의 개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시장에 불필요한 간섭을 최소화하겠다”며 전임 원장들의 리스크를 차단해 시장과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겠다는 뜻도 동시에 내비쳤다. 삼성바이오나 금융감독체계 문제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각을 세우는 모습으로 비춰지자 “주어진 법과 틀 안에서 금융위원회를 도와주는 것이 금감원의 역할”이라며 상황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윤 원장으로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금융감독 체계 개편이 금융위의 금융정책 수립 기능은 기재부로, 감독기능은 금감원에 이관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어쩔 수 없이 금융위에 맞서야 하지만 아직 이런 성향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한 마디로 ‘윤석헌 원장만의 색깔’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두 번의 금감원장 낙마를 지켜본 후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발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며 금융권에 대한 개혁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70세의 최고령으로 당국 수장이 된 윤 원장은 강경한 개혁성향이라는 소신은 접고 자리보전에 급급한 모습이다.
최흥식, 김기식 전임 원장들처럼 과도한 시장 개입은 아니더라도 금융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변곡점에 서 있는 지금은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제 더 이상 금감원장 인사로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는 현 정부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렇기에 윤 원장은 금융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분명한 시그널을 줄 수 있는 색깔을 드러내야 한다. 진정성 있고, 색깔 있는 개혁으로 감독기관의 권위를 바로 세우고 적폐가 쌓인 시장에 강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길 기대해본다.
고재인 금융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