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해외 건설 진출로가 넓어지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플랜트 시장이 활성화되고 동남아 등지 인프라 개발도 한창이다. 국내 주택시장 규제로 업황이 경색되는 형국에 업계가 생존을 위해 매달릴 동아줄이 되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플랜트 사업은 자원개발 중심으로 활기를 띤다. 21일 기준 두바이유는 74.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이맘때 50달러선에서 큰 폭 오른 수준이다. 당초 유가는 60달러대 보합 장기화가 예측됐으나 빗나갔다. OPEC이 감산활동을 지속하고 미국이 이란핵협정을 탈퇴하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는 더 오를 가능성도 대두된다. 세계 주요 에너지기관들이 국제유가 전망치를 상향했다.
미국 셰일 생산 및 브라질, 멕시코 등지 심해유전 개발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미 올 들어 해상 개발 프로젝트 투자 승인이 증가하는 등 해상시추 재개 징후가 나타난다. 리스타드에너지는 올해 해상 프로젝트 투자승인을 지난해보다 40건 증가한 100건으로 예측했다. 웨스트우드글로벌에너지는 유가가 60달러만 넘어도 석유회사는 추가 자금조달 없이 자본투자비와 배당금 지출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에 만족한 주주들이 미래 성장을 위한 대규모 자원개발 등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11일 기준 미 원유 시추기 수는 전주대비 10기 증가한 844기를 찍었다. 6주 연속 증가세다. 셰일회사들은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되는 추세다.
GS건설의 싱가포르 T301 공사현장. 사진/뉴시스
국내 주택시장 가격상승세가 둔화되고 미분양이 속출하는 등 건설경기 불황 속에 해외 진출은 탈출구가 된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2일 기준 해외 수주금액이 약 13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다. 진출 국가도 81개국에서 85개국으로 늘어났다. 특히 종전 플랜트 일변 해외진출이 다각화되는 현상이 고무적이다. 공종별로 토목 부문이 31억달러로 전년 동기 24억달러에서 증가했다. 건축은 9억달러에서 34억달러로 급증했다.
주요 건설사 실적에서도 청신호가 울린다. GS건설은 해외플랜트 부문에서 6년만에 흑자로 돌아선데 힘입어 1분기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이달 GS건설은 탄자니아 교량 건설 프로젝트(1367억원 규모)를 새로 따냈다. 현대건설은 1분기 싱가포르 투아스 남부매립 공사 등을 수주한데 이어 하반기 주요 해외공사 공정이 본격화되고 중동, 아시아 등지 수주가 확대될 가능성을 내다봤다. 대우건설은 베트남 하노이 THT 개발사업 등이 원활히 진행돼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요인으로 꼽았다. 지난 4일 나이지리아 3000억원대 요소비료 플랜트 공사 수주도 추가했다. 롯데건설은 이달 1일 일본 마주한 그룹이 발주한 570억원 규모 캄보디아 사타파나 은행 본점 신축공사를 계약, 해외수주 다양성을 더했다.
업계는 다만 7월 근로시간 단축을 앞두고 해외 건설수주 경쟁에 뒤처질 상황도 걱정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공사기간이 부족해지거나 대체인력 투입에 따른 추가 인건비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로써 채산성 악화는 물론 외국 기업과 협업이 어려운 등 수주 경쟁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다. 따라서 업계는 해외 건설현장에 대해 근로시간 단축을 유예해 달라고 정부 건의 중이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