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개인투자자의 무기는 시간…제로섬 아닌 플러스섬 투자해야"

최병철 파인트리컨설팅 대표 겸 회계사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기 어려워"
"사업보고서·재무제표 활용해 꾸준히 성장할 기업찾는 게 해답"

입력 : 2018-05-2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최근 수년간 이어진 국내 제약·바이오업황 호조세는 업종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바꿔놓았다. 특히 전통제약 업종에 비해 폭발적 잠재력을 지닌 바이오 업종은 관련 업계뿐만 아니라 투자시장에서도 화두였다. 실제로 지난 2012년까지 국내 전체 벤처캐피털 투자액 중 한자릿수대에 머물던 바이오 비중은 올 1분기 역대 최대치인 23.4%를 기록하며 투심을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제약·바이오주는 연초 불거진 한미약품 기술이전 취소와 금융감독원의 테마감리, 최근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논란, 여기에다 남북경협 관련주 급부상까지 겹치는 '악재'를 연이어 맞았다. '핫한 종목'으로 떠오른 남북경협주도 그리 오래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북미관계 개선 속도에 대한 회의감이 번지며 상승세가 최근 주춤해졌다. 이 가운데 소위 '돈이 되는 업종'에 몰렸던 개인투자자들의 혼란이 특히 가중되는 상황이다. 급변하는 투자시장에서 기관과 기업에 비해 절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이 지켜야 할 원칙과 전략에 대해 최병철 파인트리컨설팅 대표를 통해 들어봤다.
 
최 대표는 국내 대학에서 경영학으로 학사와 석사를 취득한 뒤 대학원에서 회계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 가운데 하나인 삼일회계법인에 입사 이후 주식투자에 발을 내딛었지만 개인투자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를 똑같이 범하며 큰 손실을 봤다. 최 대표는 당시 본인도 어쩔 수 없는 '개미투자자'였다는 점을 깨닫고 자신의 전공을 살려 기업의 실적과 가치를 근거로 삼는 투자스타일로 전향했다. 이를 기점으로 초기 손실을 만회하고 안정적 수익률을 달성한 그는 올해로 11년째 회계사로 일하고 있지만 현재는 삼일회계법인을 나와 기업실무자와 증권사 직원을 비롯해 법조인, 언론인, 대학생 등 다양한 이들에게 개인투자자로 살아남는 법을 강연하고 있다. 그가 대표로 있는 파인트리컨설팅은 회계감사는 하지 않고 재무교육과 회계 관련 컨설팅, 재무자문 등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국내 굴지의 대형 회계법인을 박차고 나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회사를 나와 강의와 강연에 집중하게 된 이유는.
 
회계사는 기본적으로 고객사로부터 받은 자료가 맞는지 의심해야하는 일이다. 일단은 그런 부분이 개인적인 성향과 맞지 않았다. 하지만 우연히 기회를 얻어 진행했던 강의는 사람들과 어우러질 수 있는 자리였다. 그동안의 기업을 분석하며 쌓인 여러 경험들을 숫자와 접목해 전달하는 과정에서 듣는 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는 부분이 와 닿았다. 그런 반응들이 강의와 강연에 집중할 수 있는 동기가 됐다.
 
최병철 파인트리컨설팅 대표는 회계사 시험 합격 후 국내 대형 회계법인에 입사했지만 우연히 기회를 얻은 강의에서의 피드백에 희열을 느껴  파인트리컨실팅을 설립, 강연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파인트리컨설팅
 
지난해 초부터 반년 간 개인투자자가 순매수한 상위 2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8.4% 수준이다. 일반적인 금융권의 금리보단 훨씬 준수하지만 기관투자자(30.81%)와 외국인투자자(29.19%)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심지어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17.58%가 올랐다. 개인투자자는 주식시장에서 대부분 패자의 위치에 놓여있는 셈이다.
 
증권시장에는 '개인투자자 중 95%는 손실을 본다'는 정설 아닌 정설이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왜 대부분 주식시장에서 실패한다고 생각하나.
 
개인을 기준으로 볼 때 주식과 관련한 사람은 두 종류가 존재한다. 첫번째는 주위에서 주식투자 실패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보고 주식투자는 절대 해선 안될 것으로 생각하는 부류다. 이런 이들은 애초에 주식투자에 뛰어들지 않고 다른 재테크 수단을 찾게 된다. 즉 주식투자로 실패할 가능성이 없는 부류라는 이야기다. 문제는 주변에서 주식투자를 해 큰 수익을 낸 이들을 본 부류다.
 
대부분 이런 경우 '나도 그들처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마음으로 투자에 뛰어든다. 특히 많은 돈을 수월하게 벌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에 체계적인 공부나 마음의 준비 없이 뛰어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 확실한 원칙이나 전략은 물론, 어떤 종목을 고를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별로 없다. 분산투자에 대한 개념 자체도 희박한 상태라 그만큼의 리스크도 동반된다. 운 좋게 초심자의 행운으로 수익이 난 경우엔 자만심이 생기고 긴 호흡으로 천천히 투자해야할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종목의 주가변동성에 투자하기 시작한다. 결국 처음에 수익은 얻었건 아니건 가는 길은 유사해진다.
 
단순히 운이나 소식에 기대지 않고 나름의 준비를 하고 시장에 진입해도 개인투자자가 전문투자자나 기관·외국인을 이기기는 쉽지 않다.
 
테마주 매매에 집중하며 헛된 시간을 보내던 시절 얻은 유일한 교훈은 제로섬 투자가 아닌 '플러스섬' 투자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매출과 이익이 꾸준히 성장하면서 그 가치가 증가하고 있는 기업이나 성장하고 있지 못해도 저평가된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장기간 우상향하는 플러스섬 게임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와 같이 장기간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기업에 투자한 사람들은 단기매매가 아닌 이상 대부분 수익이 냈을 것이다. 짧은 시간 동안 누군가는 손실을 내고 누군가는 수익이 나는 구도 속에서 개인투자자가 큰 수익을 낼 확률은 지극히 낮다. 본업이 있는 사람들이 전업으로 단기 트레이딩을 하는 이들을 당해내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의 무기는 '시간'이다. 일정기간 반드시 수익을 내야하는 트레이더들은 시간에 쫓긴다. 그러다 보면 단기 수익 창출을 위해 본질적 기업가치 상승이 동반되지 않는 테마주에 투자하는 리스크를 안게 된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본업에 집중하다 보면 며칠 동안 주식계좌를 들여다보지 않을 수 있다. 이는 꾸준한 투자를 위한 엄청난 무기다. 개인투자자는 전업투자자처럼 생업을 유지하기 위해 주식을 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지식과 정보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분명 비교우위를 지닌 부분은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주가가 꾸준히 상승할 만한 기업을 선별하는 일 역시 쉽지 않다. 차트 분석을 통한 공부의 중요성을 말하고 싶은 건가.
 
흔히 주식전문가나 소위 '고수'들이 많이 하는 이야기 중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라'는 말이 있다. 이게 말이 될까? 현재의 주가가 바닥인지 꼭대기인지 알 수도 없는데 무릎이나 어깨는 더더욱 알 수가 없다. 결과론적인 이야기란 소리다. 이 같은 논리에 빠지면 자연스럽게 차트를 분석해 기술적 공부하고 그에 맞춰 투자를 하게 된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자자들 중 기술적 분석 그 자체만으로 성과를 낸 이들은 많지 않다. 기술적 분석은 주가의 움직임을 예측해 기준을 삼는 것인데 애초에 전제가 잘못됐다. 차트는 기업 가치를 판단하는 잣대로는 적절한 도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차트가 의미를 갖는 이유는 그 자체가 가진 정보력이 아니라 그것을 이용해 매매하는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주객이 전도돼선 안 된다.
 
그렇다면 한정적인 정보만 사용할 수 있는 개인투자자들이 활용해야 하는 정보는 무엇인가.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적은 노력으로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사업보고서와 재무제표분석이다. 재무제표에는 해당 기업의 자본과 부채, 현금흐름, 손익은 물론 미래 실적에 대한 신호도 담겨져 있다. 예를 들어 한 달간 공장을 1200시간 가동한 제조업체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하루 8시간씩 월간 22일 공장을 가동한 528시간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그만큼 수주량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이 회사가 단기적으로 준수한 실적을 낼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하지만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를 통해 해당사가 생산시설을 늘린 투자를 조기에 결정했는지 확인한다면 향후 늘어난 일감을 더 많이 소화할 수 있게 될지, 생산력의 한계에 부딪힐지 알 수 있다. 같은 방식으로 기업의 자금조달 결정이나 재고, 감가상각비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면 미래실적을 가늠하는 게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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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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