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국내 제약사들이 당뇨병의 3대 합병증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당뇨병성신경병증 신약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해외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연간 4조원대 시장 규모를 형성 중인 당뇨병성신경병증 치료제를 개발 중인 동아에스티와 바이로메드 등 국내 기업들은 최근 괄목할 만한 기술수출 성과를 거두며 국산 치료제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당뇨병성신경병증은 당뇨환자의 약 15%가 보이는 신경병증이다. 주로 말초신경을 둘러싼 신경섬유 손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며, 갑작스러운 통증과 신경장애를 일으킨다. 당뇨 초기에 나타나는 합병증으로 발생빈도가 높은 편이지만 예방 치료가 중심을 이룰 정도로 치료가 까다로운 편이다.
지난 2016년 30억달러(약 3조2400억원)의 규모를 보였던 당뇨병성신경병증 치료제 시장은 매년 8.7%씩 성장해 오는 2026년 70억달러(약 7조5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받은 치료제는 화이자의 '리리카(성분명: 프레가발린)'와 일라이릴리의 '심발타(성분명: 둘록세틴염산염)' 2종뿐으로 국내사 제품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리리카의 경우 지난해 국내에서만 600억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국내사들이 기술수출 계약 체결과 FDA로부터 첨단재생의약치료제(RMAT)로 선정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내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당뇨병성신경병증 환자의 진통 및 신경재생 효과가 있는 천연물 의약품 'DA-9801'을 개발해온 동아에스티는 지난 1월 미국 뉴로보 파마슈티컬스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계약금 200만달러(약 21억5900만원)와 임상 단계별 성공에 따른 수수료(마일스톤) 1억8000만달러(약 1940억원) 등이다.
상업화 이후에는 판매 로열티를 지급받는다. 글로벌 임상과 개발 및 허가, 판매는 뉴로보가 담당하며 국내 판권은 동아에스티가 갖게 된다. DA-9801은 현재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완료하고 3상을 준비 중이다.
바이로메드가 개발 중인 치료제 'VM202'는 이달 FDA로부터 RMAT로 지정 승인받았다. RMAT는 지난 2016년 12월 미국 의회에서 혁신적인 재생치료법의 개발 및 승인 가속화를 위해 새롭게 만든 제도다. 심각하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대상으로 개발되는 첨단재생의약들의 신속한 허가를 목적으로 하는 제도로, 치료 효능을 입증하거나 잠재력 및 초기 임상데이터를 가진 의약품들을 대상으로 한다.
RMAT로 지정되면 우선심사 적용을 통해 시판 허가심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혜택이 부여돼 상용화까지의 시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게 된다. 기존 당뇨병성신경병증 통증 관리를 위해 처방되는 의약품은 진통제가 유일하지만 V202는 2회 투여만으로 통증 감소 효과를 유도할 수 있으며, 신경손상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물 후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김선영 바이로메드 연구개발센터 사장은 "RMAT 지정으로 VM202가 당뇨병성신경병증 치료제로 품목허가 받을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게 됐다"며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생물학적 제제 허가신청(BLA) 준비를 위해 FDA와 미팅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업계 1위 유한양행도 리리카 개량신약 'YHD1119'의 국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부광약품은 지난 2014년 자체 개발해 국내에서 발매한 개량신약 '덱시드(성분명: 알티옥트산트로메타민염)'를 올 하반기 동남아 주요 국가에서 출시할 예정이다.
당뇨병 3대 합병증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당뇨병성신경병증 치료제 개발을 진행 중인 국내사들의 성과가 속속 가시화되며 최초의 국산 치료제 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동아에스티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