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정부가 식품에서 부정적 인식을 야기하는 ‘화학’ 용어를 빼 제조사만 유리하고 소비자는 선택권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불필요한 소비자 불안을 해소한다는 의도지만 소비자는 정보 접근성이 떨어져 무턱대고 상품을 고를 수 있다. 정부는 허용 범위 내 식품 첨가물 섭취는 안전하다고 설명하지만 첨가물 함유량은 표기되지 않고 있다. 제조사가 제품 맛을 살리려고 화학 첨가물을 많이 사용해도 소비자 선택지는 한정된다.
올해부터 식품첨가물 표기는 기존에 화학적 합성품 또는 천연 첨가물 등 구분이 없어졌다. 화학 첨가물 표기 대신 L-글루타민산나트륨 등 구체적 성분을 명시하는 식이다. 그러면서 산화방지제·향미증진제 등 식품첨가물 사용 목적을 표기하도록 했다. 정부는 기존 표기방식이 화학, 천연 용어가 사용돼 소비자 혼란과 불신만 유발했다며 이같이 제도를 바꿨다.
비타500, 오로나민C 등 건강음료 상품정보. 사진/뉴스토마토
하지만 전문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일반 소비자가 정보를 제대로 알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오히려 합성 첨가물 다량 함유 제품에 대해 소비자 경계심을 떨어뜨리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특히 현재 유통되는 식품에는 탄산수소나트륨, 효소처리스테비아 등 첨가물 표기 옆에 따로 함유량이 명시되지 않는다. 해당 식품을 소비하면서 화학 첨가물을 얼마나 섭취하게 되는지 소비자가 인지할 방법이 없다.
정부는 표기를 바꾼 이유로 화학, 천연을 구분하지 않은 국제 기준을 예로 든다. 또한 사용 목적을 명확히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기준 규격에 적합하게 사용된 식품첨가물은 안전하다며 소비자를 안심시키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로서는 선택권이 침해되는 맹점이 존재한다. 소비자는 화학 또는 천연 첨가물을 가려 식품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식품 안전 기준을 통과한 첨가물이라도 섭취량을 조절하기 위해 소비자는 상품을 가릴 수 있지만 현재 표기방식은 이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일부 화학 첨가물은 사용 목적을 ‘향미증진제’라고 밝히는데 그런 목적이면 얼마든지 사용해도 괜찮다는 건지, 여러 화학 첨가물을 표기하면서 용도를 밝히지 않은 표기도 눈에 띄는 등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일례로 동아오츠카 ‘오로나민C’는 현재 유통되는 상품에 ‘카페인(향미증진제)’과 ‘L-글루타민산나트륨(향미증진제)’ 등 화학 첨가물이 표기돼 있다. 역시 함유량 표시는 없다. 이 상품은 하루에 필요한 종합 비타민 섭취가 가능하다는 홍보로 매출이 급증한 히트작이다. 대표적 건강음료로 인식되지만 맛을 더해 상품성을 높이고자 화학 첨가물을 사용했다.
L-글루타민산나트륨은 건강에 부정적 이미지가 있어왔던 MSG다. 동아오츠카 대표작인 포카리스웨트 역시 MSG로 맛을 낸다. MSG는 과거 두통, 근육경련, 메스꺼움 등 증상을 유발하는 물질로 논란이 있었다. 그러다 미국 등 해외에서 무해성을 입증한 연구가 이어져 인식은 개선됐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청도 MSG가 무해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일시적인 메스꺼움, 두통 등이 생길 수 있는 인과관계에 대해선 아직 최종적인 규명이 없다. 한 소비자는 “전문용어들이 나열돼 화학 첨가물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렵다”며 “화학 첨가물이 얼마나 들었는지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