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 노리는 토종 보톡스, 치료용 제품 전무 '과제'

미국·중국 진출 초읽기…"주도권 쥐려면 미용용 외 치료용 개발도 힘줘야" 지적

입력 : 2018-05-29 오후 4:06:04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안방시장을 장악한 국산 보툴리눔 톡신(보톡스)이 세계 최대시장으로 꼽히는 미국과 중국 진출 초읽기에 들어가며 영토 확장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려면 미용 목적 외에 치료용 관련 제품 개발 및 승인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산 보툴리눔 톡신의 수출량이 급증하면서 글로벌 시장 영향력 강화를 위한 치료용 제품 개발의 필요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약 4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지난 198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보톡스'로 허가를 받은 미국 엘러간이 시장의 절대 강자다. 전체 시장의 약 70% 가량을 엘러간이 점유하고 있다. 다만 국내 시장에선 좀처럼 힘을 못 쓰고 있다. 미용용 보툴리눔 톡신 시장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국내 시장에 국산 제품이 속속 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메디톡스의 '메디톡신'을 시작으로 2010년 휴젤의 '보툴렉스', 2014년 대웅제약 '나보타' 등이 줄줄이 출시되며 시장에 진입했다. 이후 합리적 가격을 무기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인 국산제품들은 현재 전체 국내시장에서 3사 합계 80% 수준의 비중을 차지하며 엘러간을 밀어낸 상태다.
 
국산 보툴리눔 톡신은 내수시장에서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활발한 해외진출에 나서고 있다. 엘러간으로 대표되는 선진국가 프리미엄제품과 낮은 가격을 무기로 한 중국 제품 사이 중간 수준 가격에 우수한 품질을 앞세우며 동남아시아와 중동, 중남미 등에서 인기가 치솟았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국내사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 시장 중 하나다. 현재까지 시장에 진출한 국산제품은 없지만, 진입 성공시 수익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 세계 보툴리눔 톡신시장에서 2조원 가량을 담당하는 최대 시장 국가다. 중국 역시 공식화된 시장은 4000억~5000억원 수준으로 집계지만, 거대 음성시장을 보유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 시장규모는 1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산 보톡스 가운데 가장 빠른 미국 진출이 예상되는 것은 대웅제약 나보타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제품 시판허가에 대한 보완 요청을 받으며 최종허가 시점이 내년으로 지연되긴 했지만, 이미 공장제조 허가는 획득한 상태다. 연내 미국 임상 3상 신청예정인 메디톡스와, 임상 3상 완료를 기대 중인 휴젤에 비해 여전히 앞서있다.
 
중국의 경우 현재 엘러간의 보톡스와 현지업체인 란주연구소의 'BTX-A' 2종만 출시돼있다. 국내업체로는 메디톡스가 임상 3상 완료후 최종 허가를 신청한 상태로 가장 빠른 진출이 예상된다. 휴젤은 상반기 완료를 목표로 3상을 진행 중이며, 대웅제약은 올 1월 3상에 돌입했다. 국산 보툴리눔 톡신의 미국 및 중국 진출이 현실화되면 이미 지난해 1억2927만달러(약 142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601억원 대비 136%나 늘어난 수출량의 증가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 강화를 위해 치료용 시장에서의 저변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시장 내 미용용도 비중이 압도적인 국내 시장에 반해 치료용 시장 역시 넓은 해외국가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잡으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시장 절대강자 엘러간의 보톡스는 주름개선 효과만 입증받은 국산제품과 달리 미국 FDA로부터 안구근육경련 및 안면마비 완화를 비롯해 과민성방광염 등 다양한 질환에 대한 치료 효과를 인정받은 상태다.
 
연간 약 1000억원 규모의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서 미용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로 압도적이다. 치료용 승인을 받지 못한 국산 제품들이 내수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해외시장의 경우 치료용 보툴리눔 톡신 시장이 국내에 비해 방대한 편이다. 최대 시장인 미국만 놓고 봐도 치료용과 미용용 시장이 각각 절반씩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역시 나머지 10%에 해당하는 치료용 제품 시장은 대부분 엘러간이 장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제품들 역시 다양한 적응증을 대상으로 한 치료목적의 임상을 진행 중이긴 하지만 속도가 더딘 상황"이라며 "미용시장에서의 영향력만으로 충분히 수익 창출이 가능한 점도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치료목적 임상 진행의 적극적 참여에 장애가 되는 요소”라고 말했다.
 
국산 보툴리눔 톡신들이 세계무대 진출에 속도를 내고있다. 세계시장 영향력 강화를 위해 미용목적에 치우친 제품 한계를 벗어나 치료용 시장 공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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