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중심잡는 경제수장이 되길

입력 : 2018-06-01 오전 6:00:00
적나라한 경제지표가 부담이었을까.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다. 현 정부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전면 부정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기저에는 최근 속속 드러나고 있는 소득 양극화 확대 지표가 깔려있다. 통계청의 '1분기 가계동향' 조사를 보면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저소득 가구인 1분위 소득이 8%로 역대 최대폭 감소했다. 반면 고소득 계층인 5분위 소득은 9.3%나 늘어 1000만원을 돌파했다. 계층간 가계소득 격차가 가장 크게 확대된 것이다. 기업규모별로 따진 월급 증가폭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올 1분기 300인 이상 사업체의 경우 노동자 1인당 월 평균 임금총액은 629만2000원으로 16.2%나 증가했다. 하지만 5인이상 300인미만 기업의 노동자들은 올 1분기 월급이 335만8000원으로 4.9% 오르는데 그쳤다.
 
최근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연일 "특정 연도를 목표로 삼지 말고 신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는 중이다. 다만 이같은 의중이 현 정부 경제라인의 한 목소리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김 부총리를 겨냥해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을 말 할 때가 아니다. 정부는 대통령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경제부총리가 신의 영역에 있는가"라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앞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감소는 없었다"고 단언했다. 이같은 갈등에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부처 장관, 청와대 경제 참모진과 함께 연 긴급경제점검회의에서 소득 하위 20% 계층인 1분위의 소득 향상을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기존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유지하면서 그 효과가 나타나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으니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다만 극빈층의 소득을 늘리기 위한 지원 방향으로 저소득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문제는 경제수장인 김동연 부총리의 의중이다. 그는 여전히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속도조절론을 고수하고 있는 듯하다. 긴급경제점검회의 이후 그는 간부회의를 주재하며 "가계소득 동향 점검회의에서 다양한 이견들이 나왔고, 기재부의 분석과 입장을 토대로 충분하고 솔직하게 의견을 개진했다"며 "기재부가 중심이 돼 혁신성장을 보다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인의 소신대로 혁신성장의 주도적 역할을 하는 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은 셈이다.
 
부작용과 반대로 고민하다보면 추진할 좋은 정책은 거의 없다. 부작용을 줄이면서 정책을 실행하는 것이 정부의 능력이다. 지금 드러난 경제지표는 중간결과일 뿐이다.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진행형이고, 고용은 계절과 상황에 따른 변수가 많다. 이제 다섯달 남짓 흐른 시점에서 나온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섣부른 예단일 수 있다. 시시포스는 제우스를 속인 죄로 지옥에 떨어져 큰 바위를 산 위로 밀어 올리는 벌을 받는다. 산꼭대기에 다다른 돌은 이내 다시 굴러 떨어져 시시포스는 돌 밀어 올리기를 영원히 반복해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경제정책 결정자들도 시시포스의 운명을 짊어졌다. 경제 정책은 특정 시점에 고정되지 않고 시간의 흐름 속에 존재하는 만큼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 수 있는' 어려운 정책결정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생활안정 보장을 통한 소득주도성장을 내걸었던 현 정부 기조에 맞는 경제수장의 중심을 바라는건 무리일까.

 
김하늬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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