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김동연 부총리의 분투와 보람

입력 : 2018-05-16 오전 6:00:00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7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함께 국회를 찾았다. 국회에 제출된 3조9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를 호소하기 위해서였다. 장관들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우원식 원내대표는 물론,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와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를 모두 방문했다. 특히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농성 중인 국회의사당 앞 천막농성장까지 찾아갔다.
 
김 부총리가 국회를 찾은 것은 추경안 제출 이후 세 번째였다. 그는 추경안이 정식 제출되기 전인 3월에도 국회를 방문해 우원식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당 인사들은 물론이고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와 김도읍 자유한국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를 만났다.
 
김 부총리는 국회의원들을 만날 때마다 4월 중 임시국회에서 추경안을 처리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데다, 구조조정으로 고용위기가 심각한 군산과 통영에 대한 지원을 위해서는 추경예산 편성이 절실하다는 논리였다.
 
그렇지만 추경안 편성을 대하는 야당의 시각은 곱지 않았다. 게다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자질 논란과 '드루킹' 댓글 조작 파문 등을 빌미로 야당은 국회를 보이콧했다. 김 부총리는 정치적 논쟁은 논쟁대로 하되, 실업문제와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추경안은 반드시 처리해달라고 호소했다.
 
국회 뿐만 아니다. 재벌기업과 종교기관에 이르기까지 김 부총리가 가지 않은 곳이 없다. 지난해 12월 LG그룹을 방문해 구본준 부회장을 비롯해 고위 경영진을 만났다. 올 들어서도 현대자동차그룹과 SK그룹을 방문해 정의선 부회장과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고위경영진을 차례로 만나 혁신성장을 위한 대기업의 적극적인 협력과 동참을 요청했다.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을 강조하는 말도 잊지 않았다. 중견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인사들도 만났다.
 
김 부총리는 지난해 종교인 과세 시행을 위해 공을 들이기도 했다. 종교인 과세를 시행하기에 앞서 천주교와 불교, 개신교 등 주요 7대 종단을 모두 찾아 의견을 듣고 협조를 당부했다. 특히 종교인 과세를 반대하던 개신교의 경우에는 별도의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종교인 과세는 올해부터 시행됐다. 과세내용이 당초 기대보다 약한 것은 사실이다. 정부가 상당히 양보했기 때문이다. 종교탄압 또는 종교사찰이라는 등의 주장을 내세우며 과세를 반대하는 일부 교단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였다.
 
어느 정도 불가피한 일이었다.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속담처럼 처음부터 종교인 과세를 완벽하게 시행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종교인 과세를 어렵게나마 시행한다는 것 자체가 일단 의미 있는 첫걸음이었다. 그럼으로써 우리 경제의 오랜 숙제 하나가 풀리게 됐다. 건실한 경제발전과 균형과세를 좀먹는 지하경제의 일각을 허문 것이다.
 
이렇듯 김 부총리는 역대 어느 경제수장보다 더 분주하게 움직였다. 김 부총리의 부지런한 행보는 한동안 큰 시련을 겼었다. 정부가 추경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1개월 이상 묶여 있었다.
 
추경예산을 벌써 편성한다는 것이 의아하게 느껴진 것은 사실이다. 올해 예산을 충분히 집행하지도 않았는데 추경예산을 짠다는 것은 다소 이르다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연말까지 큰 재해나 돌발사건이 일어난다면 추경예산을 또 다시 편성할 것인가 묻고 싶기도 했다.
 
이런 의문과 반대 때문인지 김 부총리는 가만히 앉은 채 국회의 처분만 기다리지 않았다.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그런 수고가 마침내 열매를 맺게 됐다. 국회가 오는 18일 추경안을 드루킹 특검 법안과 함께 처리하기로 한 것이다. 김 부총리는 이제 안도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추경은 분명히 김 부총리가 기울인 노고의 보람이다.
 
그렇지만 지금 쾌재를 부르고 있을 때는 아니다. 경제상황이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체감경기는 여전히 싸늘하고, 실업률도 고공행진이다. 한마디로 엄혹한 상황이다. 추경예산이 통과되고 집행된다고 해서 경제상황이 크게 개선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만약 불운하게도 경제상황이 더 나빠질 경우 더 이상 예산 탓으로 돌리기도 어렵게 됐다. 그러므로 이제는 예산의 효과를 120% 낼 수 있도록 지혜를 더 모으고 힘써야 한다. 예산은 기본 영양소일 뿐이다.
 
차기태(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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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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