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내달 시행되는 52시간 근무제를 앞두고 건설사들이 탄력근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건설 현장을 중심으로 일시적으로 업무가 몰리는 시기를 대비한다는 취지다. 반면 건설 노조는 탄력근로제가 근로 단축의 효과를 상쇄하고 과로사 등 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17일 탄력근로제를 포함한 노동시간 단축 현장안착 지원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이 52시간 근무제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탄력근로제 도입에 나섰다. 탄력근로제는 2주 또는 3개월 단위에서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제도로, 주당 평균 52시간 내에서 일이 몰리는 특정 주에 근로 시간을 늘릴 수 있다.
롯데건설은 2주 단위의 탄력근로제를 도입해 주 52시간 근무제의 부담을 낮춘다. 다만 일부 준공을 앞두거나 2주 단위의 탄력근로제가 적용되기 어려운 곳은 3개월 단위의 탄력근로제를 활용할 계획이다. 본사 사업지에선 이미 주 52시간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내달 52시간 근무제 전면 도입에 앞서 일부 사업장에서 시뮬레이션을 실시하는 중이다. 동시에 모든 사업지의 근무 현황을 체크하고, 해외사업팀의 경우 시범적으로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해 대비하고 있다. 탄력근로제 도입의 가능성도 열어 놨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시범 현장의 실태를 파악한 뒤 향후 탄력근로제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림산업도 52시간 근무제를 일부 사업지에서 시범 운영한 후 탄력근로제 활용을 검토할 계획이다. GS건설은 국내 및 해외 현장에서 4주 근무 6일 휴일 시스템을 도입하고 향후 계절적 수요가 요구되는 현장에 탄력근로제를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근무시간 단축과 관련한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반면 건설 노조는 잇단 건설사들의 탄력근로제 도입 방침에 부정적인 반응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시행 시 사실상 근로단축의 효과가 상쇄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다음달 300인 이상 기업에서 3개월 단위의 탄력근로제가 실시되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64시간(탄력근로제 적용 근로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늘어난다. 이는 현재 최대 근로시간인 68시간과 4시간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거기다 근로시간이 늘어 야간에 근무를 해도 추가 수당이 주어지지 않는다. 홍순관 민주노총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탄력근로제가 도입되면 근로시간 단축 효과가 없다”며 “동시에 과로사 등의 문제 해결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탄력근로제 도입을 두고 갈등이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기업이 탄력근로제를 시행한다고 방침을 정해도 노조의 서면 합의가 없으면 사실상 적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추후 건설업계 노사 갈등의 또 다른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는 하반기에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노사 양측의 의견을 수렴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