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기자]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통화정책은 소신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임기중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한 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같이 말하고 "특히 중앙은행은 전문가들의 입장에서 전문가들이 평가해야 한다"며 "지금 어떤 결정이 대한민국 경제에 가장 좋은 것이냐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소신을 지켰다는 결정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대한민국 경제에 좋은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 가계부채가 늘어난 이유 중 하나가 기준금리 동결이 오랫동안 지속됐기 때문인데.
▲ 가계부채의 주원인이 주택담보대출이고 주택담보대출의 상당부분은 주택구입과 교체 그런 쪽으로 쓰이고 있다. 가계부채 뒤에 흐르는 주택 쪽 자원을 봐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소득수준이나 경제의 발전 정도에 비추어볼 때 바람직하냐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흔히 가계부채를 이야기할 때 금리가 오르면 재무부담이 늘어 가계부채가 무거워져 금리를 올리지 말아야 하는데 경제학 교과서는 정 반대 본다. 부채가 많으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
여러 가지 방법 있지만, 1~2년 동안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이 문제는 외환위기 이후 시작된 것으로 과거 10년 동안 누적된 결과기 때문에 풀어가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인내가 필요할 것이다.
- 임기중 아쉬웠던 부분과 힘들었던 부분, 기억에 남는 일은.
▲ 2008년 9월 리만사태가 터지니 외자가 유출되고 환율이 올라갔다. 결국 2006~2008년까지는 나름데로 노력했으나 전세계적 금융위기가 왔을 때 우리경제가 상당한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는 것에 안타깝게 생각한다.
지금까지 경과로 봐서는 그런데로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단지 취임초기 말했던 것처럼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하며 염두에 둘 것이 큰 배는 방향 전환이 느리다. 우로 좌로 돌리는 것도 급격히 바꿀 수 없다. 미리미리 움직이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
또 하나는 당장 눈앞에 닥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좌로 우로 회전한다면 지금 내가 서있는 자리가 제대로 된 궤도인지 놓치기 쉽다.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지난 4년 동안 금통위 의장으로서 금리는 여러 해명이나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나름대로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 다 했다고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 놓고 평가를 받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 자산버블 발생 가능성이 있나. 또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낮았지만 총재 개인에 대한 신뢰가 높았는데.
▲ 자산버블의 징후가 있지 않다. 다만 지난 10년 사이에 도시지역 주택가격이 상당히 높아져서 소득에 비해 높은 수준에 와있는데, 다행스럽게 많이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았다.
지금 당장 가까운 장래에 징후는 없다. 다만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기준금리가 2%고 국채금리가 4%대, 대출이 5~7%인 수준이 계속됐을 때 지금은 아니지만 좀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그런 움직임이 발생하고 확산될 가능성은 없는지를 관심을 갖고 보고 있다. 결론적으로 징후는 없지만 작년 봄부터 가을과 같이 가격이 오르면 곤란하다. 전체적으로 온도가 상당히 높아진 상태다.
신뢰를 쌓는 것은 말과 행동이 일관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본다. 통화정책의 파급효과도 어떤면에선 시차가 짧아진 것 같다. 그 이유는 기대효과이다. 예전에는 실제로 자금이 가격을 움직여야 행동이 바뀌는데 요즘은 언론에 보도만 되면 바로 행동이 영향을 받는다.
말을 항상 일관성 있게 하고 행동이 말을 뒷받침하고 이런 것이 중요하다. 4년동안 한은 총재를 하다보니 여러 군데서 신호가 나오는데 그걸 하나하나 따라가면서 해명하다 보면 다시 오해가 생기는 경우 많이 봤다. 나라 전체를 운영하면서도 좀더 정제된 의사소통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생각한다.
- 오늘 금통위원 간에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필요성에 관한 공감대가 생겼다고 했는데, 지난번과 온도가 달랐는지.
▲ 공감대는 경제가 자생력을 얻어감에 따라 완화 정도를 줄여야 한다는데 불과하다. 시기에 대한 합의는 없다. 언제라 말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개인적인 생각은 그렇다. 크게 멀지는 않다. 하지만 합의한 것 아니다.
- 지난 4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일각에선 총재의 소신이 꺾였다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후임 총재의 역할은.
▲ 2006년, 2007년까지 움직이는 상황을 봐서 금리를 결정하는 것이 쉬운 상황은 아니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확인된 것이지만 당시가 너무 느슨했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었다. 이를 조여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 과정에서 잘했다는 평가 받기도 했고, 잘못했다는 평가 받기도 했다. 이런 평가는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통화정책은 소신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중앙은행은 전문가들의 입장에서 전문가들이 평가해야 한다. 지금 어떤 결정이 대한민국 경제에 가장 좋은 것이냐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다. 소신을 지켰다는 결정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대한민국 경제에 좋은지를 생각해야 한다.
어떤 측면에서는 소신이 바뀌어야 한다. 상황이 바뀌는데 소신이 안 바뀌면 안 된다. 어떤 시점에서 어떤 견해를 표현했을 때, 다른 상황에서 이 견해를 가져다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래서는 안 된다.
상황이 다르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결국 궁극적으로는 현재 어떤 결정이 가장 경제에 좋을 것인가를 감안해 하는 것이니, 내 뜻대로 됐다 안됐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후임 총재에 대해서는, 사람이 모여서 하나의 사회를 끌고 나가기 때문에 각자 자기 몫이 있을 것. 나는 내가 할 몫을 하고 나가는 것이고, 다음에 오는 사람은 거기에 주어진 상황을 소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열석발언권 등에 대한 평가는.
▲ 열석발언권이라는 제도는 현실적으로 존재하는데, 그것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상당히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이는 새로운 흐름이 아니다. 사회의 흐름을 직선으로 보느냐 원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시각이 다를 것이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보는 사람에게는 이는 저 뒤에 있는 제도로 볼 것이고, 어떤 사람은 필요할 경우 쓸 수도 있다고 볼 것이다. 열석발언권을 오른쪽 극단에서 운영하는 것과 왼쪽 극단에서 운영하는 것은 상당히 다를 것이다. 운영하는 사람에 따라서 제도의 영향도 상당히 차이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