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북미 정상회담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통가도 남과 북의 경제협력 재개여부 등 한반도 정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대북사업 검토를 하는가 하면, 실향민 출신 오너가 기업들은 선대의 유지 차원에서 사업확장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남북관계 개선 및 경제협력 재개에 대비한 '북방TF' 구성에 돌입했다. 롯데는 TF를 통해 북한은 물론 러시아까지 사업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북방TF는 대북경제협력 분야에 대해 각종 사업을 검토하는 기구다. 롯데는 이미 개성공단에 먹거리 위주의 상품을 공급한 경험이 있으며 북방TF를 통해 현재 폐쇄된 개성공단이 재가동될 경우 다시 식음료 제품을 유통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특히 북한과 경제협력이 활성화 되고 철도 등 물류부문까지 진전될 경우 중국과 러시아까지 사업권 확대를 노리고 있다. 공식명칭은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TF 이름이 '북방'이라고 명명된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백화점도 형제기업인 현대건설과 현대아산이 대북경협의 대표기업으로 거론되며 시너지가 기대되고 있다. 이미 현대백화점은 금강산 관광 사업 당시 식품부문에서 사업을 전개한 경험이 있다.
식품업계는 이북 출신 창업주를 둔 기업 중심으로 대북사업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샘표의 경우 창업주인 고 박규회 선대회장이 함경남도 흥남, 장남인 고 박승복 회장이 함경북도 함주 출신이다.
1946년 샘표가 설립된 계기도 피난민에게 장을 만들어 공급한 것이 시초가 됐다. 2대 회장이던 박승복 회장 시절인 2007년에는 샘표가 간장, 고추장, 된장 등 전통 장류를 '북한 장류제품 보내기 운동'을 통해 북한에 보내기도 했다.
오리온은 창업주인 고 이양구 선대회장이 함경남도 함주군 실향민 출신이다. 그가 홀로 월남해 서울에서 과자판매업을 시작한 것이 오리온그룹을 일궈낸 계기가 됐다. 특히 초코파이가 과거 북한 개성공단 근로자들에게 인기를 끌며 남북 교류의 상징처럼 된 제품으로 여겨지고 있는 만큼 오리온의 대북사업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오뚜기 역시 창업주 고 함태호 명예회장이 함경남도 원산 출신이어서 남북관계 훈풍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는 회사다.
오뚜기는 2007년 북한 어린이 결핵환자를 돕기 위한 결핵약품 구입 후원금 4000여만원을 모아 후원단체에 전달했으며 2013년에는 쇠고기수프 30t 분량(2억4000만원 상당)을 평택항을 통해 북한으로 보내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도 대북경협 재개시 대북사업 가능성이 열려있는 기업이다. 이 회사 창업자 서성환 선대회장은 황해도 평산 출신의 개성상인으로 알려져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브랜드 설화수는 북한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모레퍼시픽은 2003~2007년 유니세프 북한 어린이 영양 및 보건서비스개선사업(8억원), 2008~2010년 북한 어린이 후원 사업인 '어린이 어깨동무 사업'(9억원) , 2014~2015년 국제기구 WFP와 유한세계식량 계획(20억) 등을 진행한 경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남북 간 교류가 활성화되면 북한과 인연이 있는 기업들이 북한 시장에 수월하게 진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며 "아직 조심스러운 면이 있지만 거론되는 기업들 상당수는 이미 내부적으로는 검토에 들어갔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오뚜기가 2013년 북한 어린이 지원을 위해 쇠고기수프 30t 분량을 평택항을 통해 북한으로 보내는 모습. 사진/오뚜기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