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정부가 궐련형 전자담배가 유해하다고 결론 내려 세금인상 논의가 재개될 공산도 커졌다. 당장엔 계획이 없다며 추측을 차단했지만 지방선거 이후 태세 전환 전망도 나온다. 업계가 분석결과에 강한 유감을 표하는 한편 소비자들도 세금인상으로 번질까 불만을 보여 논의가 재개될 시 적잖은 저항이 예상된다.
서울 삼청동 일대에서 한 남성이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획재정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발표 다음날인 8일 "궐련형 전자담배 담뱃세 조정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유해성을 입증한 만큼 정부의 규제에 힘이 실릴 수 있다. 현행법상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 '릴', '글로'에는 1갑당 일반담배(3323원)의 90% 수준인 2986원의 세금이 붙는다. 담뱃세는 개별소비세,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부가세, 폐기물부담금 등을 포함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담배에 대한 세금은 일반적 상품과 달리 유해성을 이유로 그 수요를 줄인다는 개념이 포함된다. 이러한 논리에 따른다면 유해성이 비슷할 경우 같은 세금을 매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때문에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유해성 문제는 명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담배 업체들은 식약처 발표로 인해 당장 전자담배 소비가 위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애초에 금연보조제가 아니라 일반담배의 대체제품으로 출시됐으며, 불에 태워 발생하는 각종 유해물질이 일반담배에 비해선 현저히 줄어든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필립모리스와 BAT코리아는 식약처 발표에 대해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물질이 일반담배보다 감소됐다는 이번 연구는 위험도와 유해성 감소 가능성을 보여주는 고무적 결과"라며 정부와는 정반대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타르 함유량이 일반담배에 비해 많다는 정부의 지적에 대해서는 연기의 구성성분이 질적으로 달라 단순 총량만으로 비교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아이코스로 국내 전자담배시장 1위를 점유하고 있는 한국필립모리스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증기에 포함된 9종의 유해성분 함유량이 국내 판매 상위 5개 일반담배에 비해 평균 90% 적게 나왔지만, 식약처는 놀랍게도 이를 배제한 채 타르 수치에 초점을 맞췄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이 회사는 담배 소비자들을 위해 정확한 정보를 달라며 식약처의 해명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담뱃세 인상 논의가 재개되면 업계의 더 큰 반발이 예상된다. 담뱃세가 인상 시 업체들은 판매 목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KT&G의 경우 시장점유율이 34%로 확대되는 시점에 전자담배 부문 손익분기점(BEP)을 통과할 것으로 보는데, 만일 세금인상이 진행된다면 BEP 달성에 시간이 더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소비자들도 분석결과가 발표된 이후 세금인상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는 '분석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 '세금인상 논의가 유해성 검증 이후로 미뤄졌었는데 세금인상을 위한 맞춤식 결과 같다'며 불안감을 보였다.
한편, 지난해 6월 한국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가 국내 첫 출시된 후 전체 담배시장에서 궐련형 전자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출시 첫달 판매량은 20만갑이었지만 지난 4월 2810만갑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이번 발표를 기점으로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리스크가 높아졌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