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상승폭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가계부채 급증을 막기 위한 정부의 대출 규제 효과가 최근 부동산 시장 위축과 맞물려 효과를 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KEB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가율은 0.34%(1조2869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4월 증가율 0.41%(1조5590억원)보다 0.07%포인트 줄어든 규모로 지난 3월 이후 2개월 연속 줄어든 것이다.
그동안 주택담보대출은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에도 확대되는 모습을 지속해왔다. 지난 1월31일부터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원금까지 총부채로 잡는 신(新) 총부채상환비율(DTI)가 시행됐으나 지난 1월 0.25%(9565억원) 늘어난 데 이어 2월에는 증가율이 0.41%(1조5493억원)로 확대됐다. 특히 지난 3월에는 신규 및 기존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3월26일) 이전에 대출을 받기 위한 수요가 몰리며 한달 사이에만 0.59%(2조2258억원)가 늘었다.
은행권에서는 지난 4월과 5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줄어든 데는 정부의 강화된 대출 규제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重課)를 비롯해 오는 21일 공개될 부동산 보유세 개편안 초안 등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에 매수 심리가 실종돼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까지 줄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월 서울의 주택매매 거래량은 3월보다 48.8% 줄어들었다. 은행 대출 수요 역시 줄어
우리은행(000030)의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48억원, 신한은행의 경우 7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줄어든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에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도 다소 줄었다. 이들 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은 4월 3조6330억원에서 지난달 3조658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은행권에서는 이같은 주택담보대출 증가폭 하락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가 예상되는 데다 본격적인 금리상승기를 맞이해 주택담보대출 금리 역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은행권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작년 9월 이후 8개월 연속 상승해 지난 4월 현재 1.80%를 기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강화된 대출 규제까지 영향을 끼쳐 주택 구입을 위해 대출을 받으려는 고객들의 발길이 뜸해진 상태"라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부의 규제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어느 정도 약발이 먹힌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