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과학기술 활용 중소벤처 육성…북 크루즈 상품도 가능"

북방경제위, 신북방정책 전략 논의…러시아 연계 ICT 플랫폼 구축 등

입력 : 2018-06-18 오후 5:13:33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러시아가 강점을 지닌 과학 원천기술을 우리 측 정보통신(ICT)·응용기술에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국내 중소·벤처기업을 성장시키는 사업이 추진된다. 4차 산업혁명 대응 일환으로 인공지능(AI) 등 지능형 인프라 구축을 위한 러시아와의 협력도 강화된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북방경제위)는 18일 서울 종로 프레스센터에서 2차 회의를 열고 ‘평화와 번영의 북방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한 신북방정책 전략과 중점과제를 논의했다. 북방경제위는 지난해 12월 출범식을 겸한 1차 회의 후 6개월 만에 열린 2차 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신북방정책의 전략과 중점과제’, ‘한-러 혁신플랫폼 구축계획 및 운영방안’을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소다자 협력 활성화로 동북아 평화기반 구축 ▲통합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전략적 이익 공유 ▲산업협력 고도화를 통한 신성장동력 창출 ▲인적·문화교류 확대로 상호이해 증진 등 4대 목표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14개 중점과제를 수립했다.
 
중점과제 중 지난 1차 회의에서 선보인 천연가스·철도·전력·북극항로 등의 협력사업에 더해 러시아의 기초과학 기술을 활용한 사업 추진방안이 포함된 것이 눈에 띈다. 특히 4대 목표 중 하나인 산업협력 고도화를 통한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러시아와의 혁신 플랫폼 구축방안을 별도 안건으로 논의했다. 북방경제위 지원단장을 맡고 있는 이태호 청와대 통상비서관은 “이미 대기업을 중심으로 러시아 원천기술을 활용해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핵심기술을 만든 사례가 적지 않다”며 “관련 중소·벤처기업을 글로벌화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지원하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레이더 잡음제거 기술을 이용한 통화 노이즈 제거기술, 전차 냉각시스템을 활용한 반도체형 냉각시스템 개발 등 기존 대기업들이 선보인 성과를 중소기업들도 시도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내에 한·러 혁신센터를 신설하며 기술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R&D) 사업 추진, 스타트업 공동생태계 조성 등도 추진한다. 모스크바에 기존 설치된 과기협력센터도 확대·개편해 기술 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또한 러시아의 수입대체 산업 육성정책에 대응해 우리 중소기업이 설비·부품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바이어 정보 등을 체계적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현지 사정에 맞는 보건의료·헬스케어 산업 확대에도 나선다. 러시아를 거점으로 한국형 보건의료 시스템을 중앙아시아로 확산하며 디지털의료기술과 제약·의료기기 등 성장세가 유망한 산업에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다. 북방경제위 관계자는 “러시아와 인근 지역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한국에 많이 오는 중”이라며 “우리 의료기술진이 진출할 수 있으면 해외진출 측면에서 도움되고 해당 환자들은 선진 의료기술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이라고 강조했다.
 
연이은 남북·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정세 변화에 따른 사업 계획도 내놨다. 우선 1차 회의에서 언급한 시베리아횡단철도(TSR)는 물론 중국횡단철도(TCR)까지 연계한 유라시아 복합물류망을 구축할 예정이다. 한반도·대륙철도 연결에 대비한 강릉-제진 간 동해북부선 조기착수 역시 중점 추진과제에 포함됐다.
 
북방경제위는 “우리가 정부 정책 집행기관은 아니다. 검토 차원”이라고 한 발 뺐지만, 판문점 선언에 포함된 경의선·동해선 철도연결 움직임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이달 말 동해선·경의선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분과회의를 각각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북방경제위는 북한 비핵화 진전 시 북한에 기항하는 크루즈상품 개발과 중국 훈춘·러시아 하산·북한 나선을 잇는 두만간 국제관광특구 개발 등의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북방경제위는 이번에 확정된 분야 별 과제를 구체화하는 한편 반기 별로 종합 추진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송영길 북방경제위원장은 “주변국과의 경제협력으로 우리나라 경제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청년 실업과 경기침체를 완화하는데 기여하는 정책적 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2차 북방위 회의에서 참석자들과 한-러 혁신플랫폼 구축계획 및 운영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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