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국가가 '유서대필 조작 사건' 피해자인 강기훈씨에 대한 상고를 포기했다. 이에 따라 강씨와 가족에 대한 국가배상금은 총 9억 3900만원으로 확정됐다.
법무부는 18일 "'과거사 국가배상 패스트 트랙' 정책에 따라 지난 15일 피해자에 대한 상고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고밝혔다. '과거사 국가배상 패스트 트랙'이란 과거 국가권력의 조직적 인권침해와 관련된 국가배상소송에서 국가의 절차 지연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1월 도입된 제도다. 무리한 상소를 자제하고 화해·조정 등 ADR이나 청구인낙 등을 적극 활용해 소송을 조기 종결하자는 것이 취지다.
유서대필 조작사건은 지난 1991년 5월 김기설 전국민족민주연합 사회부장이 노태우 정부를 규탄하고 분신자살한 것을 검찰이 친구인 강씨가 유서를 대필하고 자살을 방조했다고 사건을 조작해 누명을 씌운 사건이다.
강씨는 1991년 12월 자살방조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에 자격정지 1년 6월을 선고받고 1994년 8월 17일 만기 출소했다. 이후 사건발생 16년만인 2007년 11월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강씨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과 국가의 사과·재심조치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2012년 재심이 결정됐고, 2014년 2월 서울고법은 "검찰이 제출한 필적감정을 신뢰할 수 없다"고 판시, 강씨의 유서대필 및 자살방조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이 상고했으나 대법원 역시 기각해 강씨는 2015년 5월 최종적으로 무죄가 확정됐다.
강씨와 가족들은 같은 해 11월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2년 뒤 1심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은 "필적감정인과 국가는 연대해 원고들에게 6억 9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쌍방 항소로 열린 2심에서 서울고법은 1심이 선고한 배상액 보다 2억 5900만원을 더 인정해 총 "필적감정인과 국가는 연대해 원고들에게 총 9억 39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17년 7월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 국가배상금 소송 선거공판을 마친 송상교 변호사가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