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신세계면세점이 연 매출 약 1조원이 기대되는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사업자로 최종 결정되며, 면세업계가 빅3 체제로 본격 들어섰다. 관세청이 T1 내 DF1(향수·화장품·탑승동 전품목)과 DF5(패션·피혁) 등 2개 구역 사업자로 신세계면세점(신세계DF)의 손을 들어주면서, 면세업계는 호텔롯데(롯데면세점), 호텔신라(신라면세점)와 함께 신세계가 치열한 3파전을 겨루게 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시장점유율(MS)은 롯데 41.9%, 신라 29.7%(HDC신라면세점 포함), 신세계 12.7%다. 하지만 이번 입찰결과로 롯데의 MS는 25.9%로 낮아지고, 신세계는 18.9%로 높아진 걸로 평가된다. 신세계는 아울러 오는 7월 서울 강남점 오픈도 앞두고 있어 연내 MS는 20%대를 넘겨 호텔신라를 바짝 추격할 전망이다.
인천공항 T1 면세사업자가 결정된 지난 22일 오전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번 입찰은 두개 사업권의 한개 사업자가 휩쓸어갈 수 있는 이점과 기존보다 대폭 낮아진 임대료 매력 덕분에 면세업계 재편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변수로 관심을 모아왔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는 단독 사업자로 선정됨으로써 기존 공항면세점(DF7)에서의 패션, 잡화뿐 아니라 수익성이 높은 화장품 부문으로 영역을 확장하게 됐다는 큰 소득을 얻었다"고 말했다. 패션, 잡화의 경우 인천공항 1,2터미널을 합쳐 지배적인 사업자로 부상하게 됐다. 신세계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 수요 회복, 시내면세점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신세계는 DF1, DF5 사업권에 각각 연간 2762억원, 608억원의 임대료를 제시했다. 관세청 평가에서 신세계는 DF1 구역에서 879.5점, DF5 구역에서 880.08점을 얻으며, 각각 815.60점, 807.51점을 받은 호텔신라를 따돌렸다.
신세계로서는 당장 MS가 업계 2위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올라가는 효과를 내게 됐지만, 경쟁업체 대비 높은 임대료에 대한 부담과 수익성 훼손에 대한 우려는 안았다. 공항면세점의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입찰에서 경쟁업체였던 호텔신라가 DF1, DF5 구역에 제시한 금액은 2202억원, 496억원으로 신세계가 총 672억원을 높게 베팅했다. 공항공사가 제시한 최저수용금액은 기존 보다 약 30~50% 낮춘 1601억원(DF1), 406억원(DF2)이었다.
이번 입찰은 이 구역 기존 사업자였던 호텔롯데가 인천공항공사와 임대료 인하를 놓고 갈등을 벌이다 결국 사업권을 조기 반납키로 결정하면서 진행됐다. 롯데면세점은 이번에 하나로 합쳐진 DF1, DF8을 비롯해 DF5, 영업을 유지하는 DF3 등 4개 구역에서 오는 2020년까지 총 5년간의 운영기간 동안 4조1412억원의 임대료를 지불해야 했다. 롯데는 철수를 결정하며 "2020년까지 영업을 지속할 경우 사업기간 동안 약 1조4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비슷한 우려는 신세계의 주가는 최근 조정에 반영되고 있다. 주가는 올들어 가장 높았던 지난 5월 대비 18% 떨어진 가격에 거래되며 한달새 낙폭을 키우고 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