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김형 사장이 키를 잡은 대우건설이 순조로운 출발을 보인다. 아직 실적에 관여한 시간이 부족하지만 처음 손에 들 성적표가 나쁘지 않을 전망이다. 김형 사장은 선임 과정에 불거진 노조반대 등 내부 분란을 조기에 수습하고 재무 개선과 사업 투명성에 초점을 둔 조직개편을 신속 추진, 조직 정비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25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우건설 2분기 실적에 대한 증권가 평균전망치(콘센서스)는 이날 현재 매출 2조7962억원, 영업이익 1668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21%, 32.14%씩 하락한 수치이긴 하지만 시장 반응은 부정적이지 않다. 올해 회계기준 변경 변수와 전년 2분기 주택부문 대규모 준공 정산 효과를 제외하면 선방한 실적이라는 평가가 이어진다. 회계기준 변경 이슈에 대해선 대우건설에 미칠 영향이 불확실하다. 매출 인식이 늦어져 실적에 마이너스란 시각이 있는 반면, 올들어 준공되는 사업이 많아 실적에 기여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회사 내부 표정도 밝은 편이다. 대우건설 고위 관계자는 “아직 2분기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현시점에서 실적은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출발 실적이 좋으면 김형 사장으로선 부담을 한결 덜 수 있다. 대우건설 수주잔고가 해마다 감소하고 해외 사업 손실이 발생하는 등 녹록지 않은 환경 속에 막중한 역할을 맡은 터다. 더욱이 대우건설은 최근 단기금융투자상품을 현금으로 바꾸고 대출을 늘리는 등 유동성 측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시장으로부터 신용평가, 자금조달 등이 수월하게 만드는 지표는 단연 실적이다.
특히 김형 사장은 취임 직후 “수익성 개선과 재무건전성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사전에 최고재무책임자(CFO) 책임과 권한을 확대하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사장자리에 내정된 상태에서 빠르게 내린 판단이었다. 지난 8일 사내이사로 선임된 김창환 전무가 기존 재무관리본부에서 리스크관리본부와 조달본부까지 담당이 확대된 CFO를 맡았다. 예기치 못한 손실과 외부로부터 자금조달을 총괄해 재무관리 효율을 높이려는 개편이다.
주택건축사업본부장에는 기존 감사실장을 담당해온 조성진 전무가 임명됐다. 감사업무 경력으로 주택사업 투명성을 제고하려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 조 전무는 이전 엔지니어 출신으로 주택사업에도 몸담은 경력이 있어 전문가 능력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이다.
시장에서는 해외 손실을 선반영하고 미청구공사 비중도 적은 대우건설 재무구조가 김형 사장 체제 아래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내다본다. 또한 변수가 많은 해외 사업에 비해 주택 부문 사업 비중이 커지면서 영업이익이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내놓는다.
김형 사장은 보유세 개편 등 정책적 규제로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스마트건설팀과 북방사업지원팀을 신설하는 등 선제 대응에도 팔을 걷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사내 기술연구소에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하는 방안을 찾도록 팀을 신설한 것”이라며 “경협사업은 과거 남북도로 및 철도사업, 경수로사업, 남포공단을 지은 경험들을 살려 기회가 왔을 때 선점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 대우건설 사장. 사진/대우건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