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정부가 과학기술분야 기초연구비를 2022년까지 2배 확대한다. 또 미세먼지 등 ‘민생R&D' 투자를 1조원 이상 늘리고, 지방정부 중심 지역과학기술혁신을 독려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6일 ‘국가R&D 혁신방안 당정협의’에서 이 같은 방안을 확정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연구자 주도의 창의적 R&D와 파괴적 혁신을 일으키는 도전적 R&D 투자를 확대하겠다”면서 “2017년도 1조2000억원 수준이던 연구자 주도 자유공모형 기초연구비를 2조5000억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기초연구비 확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국정과제 중 하나다.
당정은 R&D 혁신을 통해 ▲일자리 확대 ▲미세먼지 등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환경문제 해결 ▲공공연구관리 효율화 ▲지역주도 과학기술개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신산업 육성 등의 목표를 이루고자 한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과학기술혁신을 통해 새로운 산업과 새로운 경제동력을 얼마나 빨리 만들어내는지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라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전반 혁신역량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R&D 예산이 20조 가까이 되지만, 고비용 저효율 구조 운영에 대한 지적과 비판이 많았다”면서 “과거의 안일한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맞게 새로운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선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구조를 벗어나 지역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R&D혁신역량 축적을 지원키로 결정했다. 지방정부가 대학·거점지역담당연구센터 등과 함께 과학기술혁신을 주도하면 중앙정부가 지역수요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역매칭’ 방식이다. 또 국민이 과학기술개발의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삶의 질과 밀접한 분야 연구도 강화한다. 미세먼지와 같이 건강·안전·복지·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개발예산을 내년부터 1조원 이상으로 확대한다. 문제발굴부터 실증, 평가까지 R&D 전 과정에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전문성과 효율성 강화를 위해 기관평가 기준을 연구과제중심(PBS)에서 연구역량중심으로 개편하고, 각 부처가 제각각 운영중인 R&D 규정과 연구관리기관을 통합한다. PBS는 프로젝트를 수주해 연구비와 인권비를 부담하는 제도다. 기관들이 인건비 확보를 위한 연구에만 매달려 고유 연구역량 축적에 방해가 된다는 등 비판이 나온 데 따른 대안이다. 김 의장은 회의에서 “GDP 대비 R&D 투자비율은 세계 1, 2위 수준이나, 우수학술지 논문 수와 인용건수, 투자대비기술수출액 비중 등 성과는 미흡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R&D 기본 목표인 과학기술 신산업 발굴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신산업분야와 공공분야 일자리 확대에 기여토록 한다. 특히 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은 연구 장비 산업 개발을 장려해 연구관리전문가와 테크니션, 대학전문연구원 등 과학 분야 일자리를 확충한다. 학생인건비 통합관리주체도 교수가 맡던 현재 관행을 산학협력단 또는 단과대학 같은 기관으로 전환하고, ‘포닥’으로 불리는 박사후연구원에 대한 전임연구원 근로계약을 의무화해 청년인력참여환경을 개선한다.
혁신방안 이행을 위해 노무현 정부 때 운영하다 폐지된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도 복원하고 실무장관회의도 추진한다. 여기엔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R&D와 관련된 주요 부처 장관들이 빠짐없이 참여한다.
홍 원내대표는 “이번 국가R&D 혁신방안이 혁신성장의 새 모델이 되길 기대한다”면서 “민주당은 이번 혁신방안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입법과 예산을 통해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통부 장관은 “이번 혁신방안은 향후 5년간 문 정부 혁신의 큰 틀”이라면서 “과기정통부는 관련 기관을 비롯한 연구현장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이해관계 조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날 민주당 진선미 원내수석부대표와 홍익표 정책위수석부의장, 임대식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마창한 과기정통부 기획조정실장 등이 배석했다. 이번에 확정한 R&D 혁신방안 상세 내용은 7월 중순 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국가 R&D 혁신방안 당정협의에 앞서 참석자들이 손을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 넷째부터)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