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대한민국은 고가의 바이오의약품을 (저렴한 가격의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보급화하는 데 가장 선두에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에서 국산 바이오시밀러가 그간 다져온 입지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7일 서 회장은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글로벌바이오컨퍼런스 2018'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하고 바이오의약품 보급화에 앞장 선 국산 바이오시밀러의 긍정적 영향력에 대해 언급했다.
차세대 의약품으로 각광받는 바이오의약품이 선진 의료국가로 꼽히는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됐지만, 한국이 해당 성과를 받아들여 적극적인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매진하면서 의료비 절감에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최근 각국 정부는 빨라지는 고령화 추세 속 재정 부담의 압박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이웃 나라인 일본만 해도 전체 재정의 3분의1 이상을 헬스케어 부문에 사용하고 있고, 유럽 주요국 역시 20%를 훌쩍 넘어 30% 돌파가 가시화되고 있다. 국가 예산의 30% 이상이 치료비용으로 투입되는 상황 속 비싼 바이오의약품 약가를 낮출 수 있는 바이오시밀러 개발 선두에 선 한국이 대안적 산업기지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서 회장은 "지난해 4분기 유럽 시장에서 52%의 점유율을 보인 램시마는 해당 시장의 약가 30%를 인하시키는 효과를 보였다"며 "해당 기간 (면역질환 치료용 바이오의약품을 사용하는) 유럽국가 환자는 15%가 늘어난 모습을 보인 점은 경제력이 있는 유럽에서조차 약가 부담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들이 있었다는 방증이며, 이것이 바이오시밀러 산업을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현저한 약가 인하 효과 외에 여전히 남은 과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서 회장은 "전체 여성의 약 6%가 발병확률을 지닌 유방암은 초기(1·2기) 환자일 경우 바이오의약품을 6번 투약하면 65%가 수술없이 완치되는 수준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바이오시밀러의 경우에도 치료비가 약 7500만원이 들어 75억명 전체 인구 가운데 제품을 쓸 수 있는 이는 10억명 미만에 불과하다"며 "여전히 높은 약가 부담에 치료제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대다수인 만큼, 보다 연구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로 대표되는 국산 바이오시밀러는 지난 2015년 3조원 규모에서 2020년 34조원으로 폭발적 성장이 전망되는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해 전세계 4대 바이오의약품(란투스, 엔브렐, 레미케이드,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 가운데 66.5%가 국산 제품일 정도로 점유율도 높다. 특히 셀트리온의 경우 램시마가 지난해 4분기 바이오시밀러 최대 시장 유럽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 오리지널 의약품인 레미케이드를 앞서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현재는 유럽 등 주요 시장 판매를 위해 글로벌 파트너사들과 손을 잡고 있지만 향후 직접 판매를 노리는 것은 물론, 원가경쟁력 확보를 위한 아시아 원료의약품 공장 인수도 검토 중이다. 또 생산량 증대를 위해 기존 연산 5만ℓ 수준의 1공장을 10만ℓ로 증설하고, 연말까지 해외 3공장 증설 부지 선정을 완료해, 향후 연간 55만ℓ의 생산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서 회장은 "국산 바이오시밀러들이 바이오의약품 보급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왔지만 아직 충분한 수준은 아니"라며 "여전히 비싼 의약품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들에 기회를 확대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역할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글로벌바이오컨퍼런스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015년을 시작으로 매년 6월 국내 바이오 산업 성장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열리고 있다. 이밖에 글로벌 바이오의약품의 개발 동향 확인과 미래 산업 규제 및 발전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한 소통의 장으로도 기능 중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7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글로벌바이오컨퍼런스 2018' 기조연설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보급화의 가장 선두는 한국"이라고 말했다. 사진/정기종 기자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