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국내 항체 의약품 전문 개발사인 프레스티지바이오제약이 연간 8조원의 시장을 보유한 유방암 치료용 바이오의약품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트주맙)' 바이오시밀러의 유럽 허가 절차에 돌입했다.
21일 프레스티지바이오제약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주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의 유럽 허가신청을 위해 유럽의약품청(EMA)과 첫 미팅을 했다. 이미 완료된 임상 3상 리포트를 정리하는 2개월의 기간을 감안해 9~10월 정식 허가 신청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EMA 검토가 완료되는 내년 2~3분기쯤이면 허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허가가 승인되면 프레스티지바이오는 국내는 물론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선도 중인 셀트리온·삼성바이오에피스 등과 본격적인 경쟁을 펼치게 된다. 업계는 허셉틴의 연간 유럽 시장 규모를 2조5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프레스티지바이오제약은 싱가포르 바이오 국책연구소 프레스티지바이오리서치(PBR)의 관계사로 외국인 투자 기업으로 분류된다. 프레스티지바이오제약은 국내에서 항체의약품 제조와 상용화를 전담한다. 주요 파이프라인은 허셉틴 외에 ▲아바스틴 ▲휴미라 ▲레미케이드 ▲리툭산 ▲엔브렐 등 굵직한 바이오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이다.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프레스티지바이오지만 우려도 공존한다. 이미 해당 시장에 선진입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대형사들이 빠르게 출시 국가를 넓혀나가며 점유율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7개 국가에 허쥬마를 출시했다. 허쥬마의 유럽 전체시장 매출 규모는 약 2조5000억원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한발 앞서 지난 3월 온트루잔트를 영국에 공식 출시했다. 유럽 지역 유통 파트너사인 글로벌 대형 제약 MSD를 통해 빠르게 출시 국가를 늘려나가는 중이다.
여기에 비국 빅4 바이오제약사로 꼽히는 암젠까지 지난달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로 허가를 받으며 제품 출시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동안 바이오시밀러에 보수적 입장을 고수하던 미국까지 개방적 기조로 돌아서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생산능력 차이도 존재한다. 현재 3개의 공장을 통해 연간 19만ℓ의 생산능력을 지난 셀트리온은 3공장 증설을 통해 55만ℓ까지 끌어올릴 계획이고, 36만ℓ 이상의 최대 CMO(위탁생산) 규모를 갖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빠르면 내년 착공에 돌입하는 4공장을 통해 5년 내 54만ℓ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다.
오는 8월부터 국내 오송 1공장만이 생산 가능한 프레스티지바이오제약의 연간 생산능력은 6000ℓ 수준이다. 연말 착공하는 2공장이 완공되는 내년 말쯤 3만6000ℓ까지 생산능력이 오르지만, 앞 선 양사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입찰을 통해 대규모 판매가 이뤄지는 유럽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가격과 공급 안정성"이라며 "가격 책정과 재고 수준 관리 수준에 따라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규모의 경제 논리에서 자유로울수 없는 시장 구조인 만큼 시장 진입 초기 어려움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당사자인 프레스티지바이오는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대형 유통 파트너사 선정과 공장 증설 및 자체 물량만 생산하는 구조적 특성을 활용한 자체 경쟁력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구체적 목표치를 제시할 단계는 아니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입지 구축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 관계자는 "방대한 유럽시장의 경우 영업 파트너사 선정이 중요한 만큼 현재 경쟁사 동급 수준의 글로벌 빅파마들과 협상 중"이라며 "경쟁사 생산능력에 비해 소규모지만 그들이 대량의 CMO 물량까지 소화해야하는 것과 달리 우리(프레스티지바이오)는 자체 물량만 생산하면 돼 생산능력 부족에 시달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7월 상장 전 지분투자 이후 올 1분기 본격적인 상장 작업에 착수한 프레스티지바이오제약은 연내 예비 심사 청구와 내년 5월 상장을 목표로 주관사와 신청 시기 등을 논의 중이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