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나윤주기자] SBS가 지난 밴쿠버 동계올림픽 독점 중계에 이어, 오는 6월 열리는 남아공 월드컵을 독점 중계할 뜻을 밝혔다.
15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회 회의에 KBS, MBC, SBS 지상파 3사 사장이 피심인 자격으로 출석해 SBS의 올림픽·월드컵 독점 중계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 자리에서 SBS측은 "SBS가 AFC 아시안컵 축구 중계에서 배제됨으로써 입은 손실, 본선 진출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에 비용을 지불하는 등의 리스크 부담과 환율부담안 등에 대한 보상이 선결돼야 월드컵 중계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상파 3사는 과거 국제 스포츠경기 중계권을 두고 과도한 경쟁에 따른 중계권료 인상과 각종 분쟁을 막기 위해 '코리아풀'이라는 협상 조직을 만들었으나, 각 사가 AFC를 비롯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등 중계권을 독점으로 계약하는 등 서로 룰을 어기는 일이 많았다.
SBS의 올림픽·월드컵 독점 중계 계약도 그 중 하나로, 이 독점 중계권 때문에 SBS는 AFC 등 다른 방송사가 중계권을 확보한 스포츠 경기 중계에서 배제됐다.
SBS측은 "이미 경기 시설 배정 등이 끝난 상황으로, 다른 방송사가 가도 중계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된다"며, "공동 중계방송을 현실적으로 어렵고, 다만, KBS, MBC가 취재를 한다면 최대한 편의를 봐주겠다"고 밝혔다.
반면 KBS와 MBC는 협상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KBS측은 "세계 5위의 성과를 거둔 국민적 축제였던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 지상파 3사가 국민을 위한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하는데 일부 우려스러운 모습을 보여 유감스럽다"며,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기 위해 올림픽, 월드컵을 독점 중계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KBS측은 "KBS는 SBS와의 중계권 협상을 위해 열린 자세를 갖고 있다"면서, "SBS로부터 제안이 오면 적극적인 자세로 임할 것이며, 앞으로 3사간 합리적인 중계 방안을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MBC측도 "MBC는 이 자리에 부탁을 하러 나온 것"이라면서 "다시 SBS와 협상을 해서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은 양보할 자세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경자 부위원장은 "신뢰성이 떨어지면 미디어는 이미 생명력이 없다"면서 "방송사 책임자들이 협의한 코리아풀이 깨진 것은 우리 방송사 최고의 오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안에 대한 3사의 보도 행태에 대해서도 "공영성을 담보로 해야 할 방송사가 국민의 자산인 전파를 자사의 이익을 위해 사용해 우리 방송 윤리에 생채기를 냈다"고 말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논의 결과가) 대단히 섭섭하고 씁쓸하다"면서 "코리아풀이 국민을 위해 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올림픽·월드컵 중계권과 관련해 KBS, MBC가 방통위에 SBS를 제소한 것을 두고 방송 3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중계권을 판매·구매하는 것을 지연·또는 거부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자리였다.
형태근 방송통신위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이달 말쯤에는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야 한다"고 밝혀, 이달내로 월드컵 독점 중계 문제를 매듭지을 방침임을 비쳤다.
뉴스토마토 나윤주 기자 yunj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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