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갈등을 빚던 노동자의 퇴사를 위해 소위 이석장부를 쓰게 하고 홈페이지 비방글을 장기간 방치한 회사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재판장 오상용)는 B회사 헬스케어 리서치 조사 업무를 맡던 A씨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에 관한 소송 1심에서 "회사는 A씨에게 위자료 2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또 A씨에 대한 회사의 전직처분도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회사가 A씨에게 소위 이석장부를 작성하게 한 것에 대해 "사용자로서의 정당한 지휘·감독권 한계를 일탈한 행위로서 근로자인 A씨의 행복추구권, 일반적 행동자유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불법행위다. 회사는 A씨에게 위자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회사가 A씨에 대한 명예훼손글을 방치한 것에 대해서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 보호의무 및 배려의무를 위반해 명예훼손적 글에 대한 삭제의무를 상당 기간 이행하지 않았다. 회사는 추가로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이어 "근로계약의 내용이 리서치 업무로 한정돼 있으나 보직변경에 대한 동의는 없었다. 연구원 직렬이 경영지원부로 발령 난 전례가 없고 경영지원부에는 연구원이 없다"며 "경영지원 업무는 주로 하급직원 일용직이 수행해 왔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인사가 아니고 업무상 필요성도 없었다"며 경영지원부 전직 처분을 무효로 봤다.
경력이 있던 A씨는 리서치 연구 및 조사업무로 한정해 지난 2015년 6월 B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연구팀장으로 입사했다. 입사 5개월 만에 B회사는 성과를 문제 삼으며 연구팀을 해체하고 A씨 보직을 변경했고 이후 대기발령 및 노트북을 회수 조치했다. 2016년 2월 B회사는 A씨에 대해 고객사에 보낸 메일을 문제 삼고 신용훼손 및 업무방해 등 사유로 징계해고를 의결했으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징계가 과하다며 복직을 명했다.
B회사는 그해 7월 A씨를 복직시켰으나 비품 관리 등 총무업무 등을 담당하는 경영지원부로 전직시켰다. 이후 대기발령과 개인 메일 계정 발송 등 보안규정 위반을 이유로 감봉 3개월 징계처분도 내렸다. 그해 12월 공개된 장소 소위 이석장부를 비치해 여성인 A씨에게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화장실 이용여부나 횟수를 포함해 이석 시 행선지, 사유, 이석 시간, 귀가 시간을 기재하도록 해 다른 직원들이 이를 알도록 했다. 지난해 3월 A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해 이석장부를 중지한다는 조정이 성립됐다.
지난해 4월 B회사 사내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A씨가 무전취식하고 있다', '급식충이다'라고 비꼬는 글들이 게재됐으나 B회사는 올해 1월에서야 열람 제한 조치를 취했다. A씨는 보직 변경에 대한 상호 동의가 없었고 이석장부, 게시글 등으로 피해를 봤다며 B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