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소송' 비용을 삼성전자가 대신 냈다고 작성한 자수서가 법정에서 공개됐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정계선)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공판에서 이 전 부회장 자수서 내용을 제시했다.
해당 자수서에 따르면 이 전 부회장은 검찰 조사 당시 "미국 대형로펌 에이킨검프에서 근무하던 김석한 변호사가 1990년대부터 삼성 미국 내 법인 일 많이 해줘서 업무관계로 알고 지내던 사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부탁 받고 이 전 대통령의 미국 내 법률문제 소요 비용을 삼성이 대신 납부하게 한 적이 있다"면서 “당시 회사와 이건희 회장을 위해 하는 것이라고 믿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잘못이라고 판단한다”고도 적었다.
검찰에 따르면 2008년 하반기와 2009년 초 사이 이 회장을 보좌하던 이 전 부회장은 다스가 미국에서 진행하던 투자금 반환 소송을 대리하던 김 변호사로부터 소송비 대납 요구를 받았다.
검찰은 "김 변호사는 청와대에 가서 이 전 대통령을 만나고 왔다면서 '이 전 대통령 관련 미국 내 소송 등 법률조력 업무를 에이킨검프에서 대리하게 됐다' '이 전 대통령을 돕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 '이 비용을 청와대에서 마련할 수 없으니 삼성에서 대신 부담해주면 국가적 도움도 되고 청와대도 고마워 할 것'이라는 등의 말을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부회장은 대납 요구에 대해 "청와대 요청을 거절하기 어렵다. 대신 지급하면 여러 가지 회사에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며 "이 회장이 재판받고 있어 유죄 선고를 받으면 사면을 받아야 한다는 기대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8월 다스의 미국 소송이 1심에서 패소한 이후 해당 소송을 현지 로펌 에이킨 검프(Akin Gump) 소속 김석한 변호사가 수임하면서 2008년 11월 항소심에서 파기 환송되자 2009년 3월 에이킨 검프를 소송 전반을 관장하는 선임변호인으로 지정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은 이 전 부회장에게 에이킨 검프가 대행하는 자신의 법률지원 등에 필요한 비용 지급 명목으로 자금 지원을 요구했고, 이건희 회장은 이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은 삼성전자가 에이킨 검프에 지급하는 비용인 것처럼 허위 처리하는 방법으로 2007년 11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총 585만달러(약 67억74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스는 에이킨 검프에 수임료를 전혀 지급하지 않고도 김씨로부터 결국 140억원을 반환받았고, 이건희 회장은 2009년 12월 특별사면됐다.
110억원 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