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현직 부장판사가 자신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관여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한 해당 언론사를 작심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이번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은 사법농단 의혹과 무관한 공판에서 적절치 못한 발언을 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재판장인 이영훈 부장판사는 12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방조 혐의 등으로 기소된 '문고리 3인방'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정호성 전 제1부속비서관 선고 전 이례적으로 "이번 재판 공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한 일간지 보도에 대해 한 말씀 드리겠다"며 최근 이 부장판사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장으로 있을 때 하창우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뒷조사에 관여한 의혹이 있어 국정농단 사건을 맡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한 일간지 보도를 언급했다.
이 부장판사는 "기사를 쓴 기자분이 위기에 빠진 법원의 잘못을 바로잡고 신뢰를 회복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이야기한 것이라 믿는다"며 "하지만 본건 내용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보도가 됐다. 실제 모 변호사 수임 내역을 제공했는지 보도와 다르고 사실 확인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기정사실로 하고 공정성을 문제 삼는 것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개인적으로 이번 보도가 국정원 특활비 관련해 무죄 판결이 선고되는 것에 대한 불만 표출이라고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다"며 "그런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공판에 출석한 배성훈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는 선고 이후 이 부장판사에게 "처음 말씀하신 부분 관련해 잠시만"이라며 발언을 요청했지만, 이 부장판사는 "따로 듣지 않겠다. 따로 논란을 만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거절했고 공판은 그대로 종료됐다.
이에 검찰은 얼마 뒤 "이 부장판사가 한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재판 중인 사건과 무관한 재판장 개인의 신상과 관련된 언론 보도에 대해 개인적인 입장은 해당 언론과 사적으로 말할 내용이고 그와 전혀 무관한 사건 재판의 선고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발언할 내용이 아니다"고 비판하며 "그 언론 보도에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는지 등 전혀 확인되지 않은 개인적 추측을 전혀 무관한 사건 선고에 앞서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반발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