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김호철)이 "대법원의 대법관 하드디스크 디가우징 조치는 공공기록물법과 대법원 내부 지침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변은 27일 오후 논평을 통해 양승대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이 사용했던 컴퓨터의 자료가 디가우징 방식으로 폐기된데 대해 "대법원의 전산장비운영관리지침 어디에도 대법관 이상이 사용하던 하드디스크를 완전히 소거조치해야 한다는 명확한 규정은 없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이 지침 27조대로 사용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로 볼만한 지침상 근거가 없다"면서 "30조의 사용불능 상태로 해석하기에도 같은 조항에 있는 '훼손 또는 마모돼 수리해도 원래 목적대로 사용할 수 없는' 물리적으로 사용이 어려운 장비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또 "내부지침에 따라 하드디스크를 소거해 왔다 하더라도 하드디스크 내 저장된 전자문서 등 기록물을 무단으로 파기한 행위는 법률 위반 행위"라고도 강조했다.
또 상위법령인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모든 공무원은 업무와 관련한 기록물을 보호 및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고, 기록물을 무단으로 파기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이 제정한 '법원기록물 관리규칙'에서도 각급기관은 공식적으로 결재 또는 접수한 기록물을 포함해 결재과정에서 발생한 수정내용 및 이력 정보, 업무수행과정의 보고사항 등을 기록물로 남겨 관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변은 이어 "대법원은 대법원장 스스로 약속한 바대로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빠짐없이 제출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며 "검찰은, 법원의 제출 거부가 계속될 경우 압수·수색등 강제수사를 통하여 ‘재판거래’등 모든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법원은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를 시작하고 자료 제출을 요구받은지 일주일 만인 26일 대법관 이상이 사용하던 컴퓨터를 전산장비운영관리지침 등에 따라 디가우징 처리했다고 밝혔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