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대법원이 독립된 호수가 부여되지 않은 무허가 건물에 대한 전입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동장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하면서 이때 신고는 전입신고가 아니라 주민등록 정정신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한모씨가 서울 강남구 개포1동장 등을 상대로 낸 주민등록전입신고 수리불가처분 취소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전입신고 전 한씨 등은 이미 거주지에 주민등록이 돼 있었기 때문에 전입 신고 때 주소로 기재한 신청 거주지는 거주호라고 부기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전입신고는 한씨 등이 주소 또는 거소를 실제로 이전함이 없이, 한씨 언니와는 별개의 독립된 세대를 구성하는 것으로 주민등록을 하면서 주소에도 한씨 등의 세대가 별도로 존재함을 표시해 달라는 것으로는 해석해야 한다"며 "이 경우 전입신고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세대 분리를 내용으로 하는 주민등록사항 정정신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 "한씨는 언니와 독립된 생계를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한씨가 원하는 경우 언니와 별도의 세대를 구성해 거주지에 주민등록을 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동장 등이 한씨가 거주하는 장소에 독립된 호수가 부여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세대분리 신청을 거부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한씨 등의 세대별 주민등록표를 작성하면서 주소에 법령상 근거가 없는 '거주호'를 부기해야 할 필요 또는 의무는 없으므로, '거주호'를 기재하지 않고 주민등록표를 작성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씨는 언니의 전입신고로 무허가건물로 방 3개, 욕실 2개, 부엌, 거실, 출입문 각 1개로 이뤄진 개포동 구룡마을 2지구 41동 2호에 거주해왔는데 당시 41동 2호는 동장 등이 법적 근거 없이 행정 편의 목적으로 동호수까지 임의로 구분한 무허가 건물 관리번호였다.
이후 한씨는 남편을 세대주로 하고 '2지구 41동 2호 거주호'라고 기재한 전입신고서를 제출했으나 동장 등은 신청 거주지가 구룡마을 관리대장에 등재되지 않은 호수라는 이유를 들어 반려했다.
이에 한씨는 "처음 이 거주지에 들어올 때 구룡마을 관리대장에 등재되지 않은 호수라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언니 동거인으로 편입했을 뿐 독립된 별개의 공간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있으므로 전입신고를 수리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거주지에서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이뤄진 전입신고는 주민등록법의 관련 규정에 따라 수리해야 한다"며 "한씨가 언니와 별개의 세대로 상당기간 독립된 생활을 한 것으로 보이고 독립된 호가 부여되지 않았다는 사정은 주민등록 전입신고 수리 여부 심사 단계에서 고려대상이 되기 어렵다"며 한씨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도 "신청 거주지는 한씨 언니가 사용하는 방·욕실과는 독립된 공간으로 서로 구분되고, 신고자가 거주의 목적 이외에 다른 이해관계에 관한 의도가 있다는 등의 사정은 전입신고 수리 여부를 심사하는 단계에서 고려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신고 성격을 제외하고 항소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