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지 4년 만에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유가족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재판장 이상현)는 19일 전명선 세월호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등 유족 355명이 대한민국과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희생자 1명당 2억원씩, 유족 중 친부모들에게 1인당 4000여만원씩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또 배우자에겐 8000만원을, 자녀와 형제자매에게는 각각 2000만원, 1000만원씩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동거하는 외조부모와 동거하지 않는 외조부모에게도 각각 1000만원과 500만원씩을 배상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청해진해운은 세월호 사고 이전 증·개축 과정에서 복원성을 크게 약화시켰고, 화물과적을 출항했으며 세월호 선원들에 대한 안전교육과 해양사고 훈련을 규정대로 실시하지않았다”며 “전원 승객들에 대피를 지시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아 승객들은 지시를 기다리다 사망에 이르렀고, 이러한 행위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일뿐만 아니라 업무집행행위에 해당한다”며 유족들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라고 말했다.
또 국가에 대해서도 “선박의 침몰 등으로 인한 다수 인명피해가 우려될 때 해양경찰 업무 매뉴얼에 따라 신속하게 수색과 인명구조 업무를 수행해야 함에도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구조 업무를 담당한 해경이 퇴선유도조치를 하지 않은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희생자들 사망과 인과관계가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진도 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의 관제실패행위, 구조본부의 부적절한 상황지휘와 항공구조사들이 선내로 진입하지 않은 행위 등에 대해선 희생자들의 사망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같은 시각 세월호 사고로 사망한 한 여고생의 부친 김모씨가 국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선고도 같은 내용으로 판단됐다.
선고 직후 유가족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엄마아빠 힘으로 진상 규명하고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2015년 9월 소송을 시작했다”며 “자식과 가족이 억울하게 죽었는데 (소송으로) 돈 받고 끝낼 수 없다. 재판을 통해 참사 침몰과 구조실태 원인 및 상황 그리고 이에 대한 정부, 기업이 부당하게 대응한 것 등 경험한 모든 증거와 증언들을 제시해 이 사회에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족한 증거는 법원 힘을 빌려, 정부과 기업의 책임을 판결문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게 소송의 목적”이라며 “그래야만 세월호 참사 이후 발생할 사고를 막고 안전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 유족 355명은 세월호 특별법에 따른 희생자 기준 1인당 약 4억원의 보상을 받지 않고 지난 2015년 9월 국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사망자에 대한 위자료를 포함해 총 총 1070억여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유경근 4·16 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과 유족들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국가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1심 선고에서 승소한 뒤 기자회견을 하던 중 유족들이 울먹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