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환율 조작 가능성을 이유로 약달러를 주문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 기조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화가 강세로 전환되면 건설사들은 해외 수주에서 가격 경쟁력 저하와 환차손 등으로 타격을 볼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한 국내 건설사가 공사 중인 해외 인프라 건설 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비화되며 향후 미국의 약달러 정책이 본격화될 경우 건설업계에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마감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131.40으로 전날보다 2.30원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약달러 정책을 주문하자, 연속으로 오르던 원달러 환율이 4거래일 만에 하락 기조로 바뀐 결과다. 이날 수출입은행에서 발표한 오전 11시 공시에서도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보다 -0.56% 감소해 1128.5원으로 나타났다.
건설사들은 향후 미국의 환율 압박으로 원화 강세 폭이 커질 경우 해외 수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본다. 우선 원화 강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 저하가 해외 수주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중국이 위안화 약세로 자금력을 앞세우면 국내 건설사들은 수주에서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환율이 하락하면 입찰 가격이 올라가 국내 건설사들은 부담이 된다"며 "일본, 중국, 유럽 등은 하드커런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환율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많다"고 말했다.
해외 수주 공사 대금을 달러로 받아 원화로 환전할 때 나타나는 환차손도 문제다. 지난해 연초에 비해 연말에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자 건설사들의 당기순이익은 크게 감소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원·달러 환율은 1070.5원으로 2016년 말 1207.7원보다 대략 130원 하락했다. 이 같은 영향에 따라 GS건설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1조6794억, 3186억으로 이전 해보다 각각 5.8%, 123.1% 증가했지만 환차손으로 인한 영업외비용이 늘며 당기순이익은 1636억 적자를 봤다. 현대건설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은 9861억에 달했지만, 환율의 영향으로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49.2% 감소한 3715억원을 기록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하락은 환차손에 의한 평가손실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지난 4월 연고점인 1054까지 급락하면 건설사들의 실적 개선에 장애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등 정부 입장에서는 환율이 약한 게 유리하다"며 "하반기에 원화가 지금보다 강세로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