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한국지엠이 글로벌 제품 개발을 전담하는 신설법인 설립 방침을 밝힌 가운데 정규직 노조가 구조조정 꼼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비정규직 노조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16일째 사장실 점거를 진행하고 있는 점과 맞물리면서 한국지엠의 노사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는 24일 부평공장에서 '한국지엠 법인분리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노조는 "사측이 지난 20일 발표한 5000만달러 규모의 신규투자 및 수출물량 확대, 신규 엔지니어 100명 채용, 한국 내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 설립 등의 계획은 노조에서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 "다만 신설법인 설립에 대해서는 군산공장 폐쇄에 이은 또 다른 구조조정 음모로 규정하고 분명하게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지엠은 연구개발 투자의 일환으로 연말까지 글로벌 제품 개발 업무를 집중 전담할 신설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사측의 방안은 생산 공장과 연구개발 부문으로 분리하겠다는 의도"라며 "법인 쪼개기를 통해서 연구개발 부문만 남기고 공장 폐쇄 또는 매각을 하려는 꼼수가 담겨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측은 구조조정 의도를 숨긴 채 한국지엠에 밝은 미래만 있는 것처럼 사태를 호도하고 있다"면서 "사측이 법인분리를 강행한다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 강도 높은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 관계자는 "법인분리 계획은 경영정상화 및 지엠 본사 내 연구개발 부서 간 원활한 교류를 위한 목적이지 구조조정을 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한국지엠 노조가 24일 사측의 법인분리 방안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김재홍 기자
한편,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비정규직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지난 9일부터 사장실 점거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문제 해결을 위해 카허 카젬 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지금까지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면서 "오히려 사장실 주위에 용역을 배치해 자유로운 출입을 막고 감시하고 있으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인천지방법원 민사21부는 한국지엠이 비정규직 노조를 상대로 낸 업무방해 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적법한 절차를 거친 쟁위행위가 아니라면서 비정규직 노조의 한국지엠 부평공장 사장실 출입과 점거 농성을 금지했고 이를 위반할 경우 1명당 하루 50만원의 간접강제금을 내야 한다고 명령했다. 이에 따라 사측과 비정규직 노조 간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